생활경제
쿠팡 ‘출혈 마케팅’, 음식 배달서도 통할까
뉴스종합| 2019-08-22 11:23

음식 배달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쿠팡이 손실까지 감수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양분하는 시장에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등 파격적 마케팅도 내걸었다. 부족한 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시급을 최고 1만8000원까지 높이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도 내걸었다. 시장을 선점하고 이익은 나중에 내는 쿠팡식 전략이 이번에도 적중할지 주목된다.

쿠팡의 음식 배달대행 서비스 ‘쿠팡이츠’는 지난 6월 송파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서비스 지역은 강남·관악·서초·마포 등 서울 13곳이다. 경기에서는 기흥·수지 등 두 개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전국으로 영업망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쿠팡 관계자도 “점진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음식 배달대행 시장은 20조원에 이른다.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사업자들이 기반을 닦아놓아 신규 진입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우버의 ‘우버이츠’, 카카오의 ‘카카오톡 주문하기’ 등 후발주자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이유다.

쿠팡이 이른바 ‘출혈 마케팅’을 꺼내든 이유도 이같은 시장 구도 때문이다. 쿠팡은 먼저 최소 주문금액 0원을 내걸었는데, 이는 기존 사업자들이 각 음식점에서 최소 주문금액을 두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예컨대 A업체의 경우 총 금액이 1만2000원 이상이 돼야 주문이 가능하다. 배달업체 입장에서는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적은 금액으로 주문을 원하는 1인식사 고객 등을 놓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이러한 서비스는 일시적을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출혈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주문금액 제한이 없으며, 떡볶이 1인분을 시켜도 문 앞까지 무료로 배달이 된다. DMC 미디어가 지난달 발표한 ‘2019 배달 앱 이용 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절반가량이 배달비(64.8%), 최소주문금액(49%)과 같은 가격 요인을 배달 앱의 단점으로 지목했다.

다만 이러한 과열 마케팅이 지속 가능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기존 배달 앱의 경우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가 배달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배달비 면제로 인한 손실을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 이츠는 배달 한건당 3000~6000원가량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의 두배 가까이 되는 배달료도 부담요인으로 지목된다. 쿠팡은 공급이 부족한 배달원 시장에서 배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파트타임 배달원제를 도입했다. 배달건수에 상관없이 지역별로 1만3000~1만8000원의 시급이 보장된다. 배달을 한 건 완료할 때마다 건당 최대 7000원의 추가 수당도 지급한다.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만 있으면 일반인도 파트타임 배달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쿠팡이츠의 파격적 서비스가 일시적인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공식 앱에 ‘배달비 0원, 최대 5000원 할인 프로모션은 사전 공지 없이 종료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높은 배달료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아직 시범서비스기 때문에 운영 방식이 어느 하나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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