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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1단지 또다른 뇌관 ‘전세계약금’
부동산| 2019-08-23 11:02

사업비 약 10조원으로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소송 리스크에 휘말린 이후 연일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이주를 준비했던 일부 조합원들의 전세계약금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현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전세 계약을 하고 계약금까지 지불했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개업소 설명을 종합하면 적게는 수십가구에서 많게는 백여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근 반포자이 단지 A공인중개사는 “10월 이주가 당연할 줄 알고 전세 계약을 미리 했던 조합원들이 이 단지에도 꽤 있다”며 “최근 한 달 사이 이곳 전세가격이 1억~2억씩 오르는 분위기였지만 주변에 갈 만한 곳도 많지 않아서 서둘러 계약을 했는데, (1심 판결 이후) 지금은 계약금을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조합의 이주비 지급 방침을 믿고 서둘러 전세 계약을 마쳤는데 소송 패소로 당초 은행에서 받기로 예상했던 이주비 대출이 막혀 전세계약금을 날릴 처지의 조합원이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각한 건 인근 고가 아파트가 전세계약금만 따져도 상당한 금액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반포 대장주’로 분류되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가 이달 초 보증금 1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계약금만 2억원에 육박한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12억9000만원에 계약되며 불과 한 달 사이 1억4000만원이 올랐고, 반포자이도 같은 기간 동일 평형대가 1억7000만원 급등했다.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B공인중개 관계자는 “좋은 집주인의 경우 계약금을 돌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사업비가 줄어들 위기에 있는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추가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내부 갈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득천 조합장은 전날 조합원들에게 “재판부의 많은 편견이 있어 조합의 답변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즉시 항소해 고등법원 재판부를 통해 승소해야 한다”며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예정됐던 이주 시기는 부득이 2심 고등법원 재판 결과와 2건의 관리처분 무효소송 이후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양대근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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