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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부적합판매 무법천지…금감원 속수무책 ‘속앓이’
뉴스종합| 2019-08-23 11:12

유럽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된 배경으로 ‘투자성향 부적합상품 판매(부적합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 지목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들의 투자성향에 부합하지 않는 고위험상품을 권유하지 못한다. 이 때는 고객 스스로 판단해 상품을 계약한다는 ‘부적합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5월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부적합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당시 금감원은 부적합한 상품의 부당 권유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 조사는 현재까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부적합한 상품의 부당 권유행위에 대한 법적인 제재 근거 역시 아직 없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특정 상품이 일부 은행에서 8000억원 가까이 팔리는데 당연히 금융당국도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을 것”이라며 “부적합 상품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관행에 대해 그간 (금융당국의)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DLF는 대부분 ‘부적합 판매’ 형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번 상품에는 퇴직금으로 많이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어느정도 있고 노후 자금이기에 투자성향이 안정적인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소송을 추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소송을 신청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상품 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최고위험등급 상품으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집계한 국내 은행의 부적합 판매 현황은 2015년 7월 기준이 마지막이다. 당시 은행에서 ‘부적합 확인서’를 받고 판매한 상품 비율은 ELT(주가연계증권)가 52%, 펀드가 51%에 달했다.

당시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하고도 투자성향 부적합 확인서를 형식적으로 받고 판매하는 관행이 존재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었다.

금감원은 2017년에도 부적합 상품의 부당 권유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내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 제 46조 에 있는 ‘적합성 원칙’ 부분을 개정하겠다고까지 지목했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적합성 원칙’ 위반에 대한 제재근거가 여전히 없는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DLS 사태 관련 조사를 진행하며 국내 은행들의 ‘부적합 확인서 판매비율’을 다시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적발해도 제재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적합 상품의 부당한 권유에 대한)법적인 제재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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