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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만 같아라] 20대부터 60대까지 말했다 “명절 세대갈등 풀려면 ‘이것’ 해야 돼요”
뉴스종합|2019-09-11 10:01

웃음꽃이 피어야할 한가위가 말 한마디로 자칫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 갈등을 풀기위한 방법과 역할은 세대별로 다 다다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김성우·정세희·박상현·김민지 기자] 한동안 떨어져 지낸 부모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취업얘기에 20대들은 입을 다물고, 무심코 나온 결혼얘기에 명절 분위기는 싸늘해진다. 50대이상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잔소리 좀 그만하라”는 가시돋힌 불평이다. 중재를 시도하는 40대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각 세대 모두가 소통과 화목을 원하지만, 결국은 갈등만 깊어진다. 헤럴드경제가 세대별로 갈등 해결 방법을 들어봤다.

▶20·30 세대 “‘취업·결혼’ 얘기는 제발!!…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정해진 것보다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은 청년들. 명절 때마다 결정을 보채는 어른들의 말은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특히 취업과 결혼 얘기는, 명절 때 가족들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김 모(29) 씨는 “나도 미래가 확실치 않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가족들이 모이면 ‘요새 변호사시험 통과하기 어렵다더라’, ‘로스쿨 나와도 소용없더라’ 등 나도 애써 외면하려는 부분들을 너무 쉽게 말한다”고 했다. 또 “친척들을 만나면 아예 뭘 준비하고 있는지 얘기 안한다”며 “제대로 된 공감이나 이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작가를 준비하는 박 모 씨의 고민은 자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친척들이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 졸업하고 방송국 취직할거라고 하면 이미 나영석 PD, 김은숙 작가 정도는 되는줄 안다”며 “내가 잘 알아서 준비하고 있다. 내가 말해줘도 어차피 이해 못하는 것들이 많은데 어른들의 질문은 대부분 의미없는 질문”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인 박 모(27) 씨는 이번 명절 때 모인 친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도 아무것도 묻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취업문을 뚫는 데 성공한 30대가 마주하는 것은 ‘결혼’에 대한 압박이다. 경기 수원에 사는 미혼인 이 모(34·여)씨는 추석 일주일 전만 되면 ‘명절공포증’이 되살아난다. 아버지는 7남매중의 여섯 째로 명절이면 큰아버지 댁이 있는 부산에 가야 한다. ‘결혼하라’는 압박은 그냥 웃고 넘기지만, 이 씨를 향한 가족들의 ‘측은한 눈빛’은 견디기 힘들다. 지난해 추석 때는 당직 때문에 못갔지만 올해는 결혼을 앞둔 남동생 때문에 빠질 수가 없다. 이 씨는 “평소에 잘 연락하거나 관심을 주는 친척도 아닌데 이런 문제로 호기심으로 남일이 재밌다는 듯 간섭하는 것이 너무 불쾌하다. 불쌍한 취급을 할 때는 더 화가 난다”고 했다.

▶50대 60대이상 “말만하면 잔소리 반응… 위로해야죠”=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한국 사회의 허리였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한생을 살기도 했으며, 주요 의사결정의 무거운 책임을 여전히 지고 있는 세대기도 하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건넨 말에 돌아오는 것은 ‘꼰대 딱지’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골프용품 판매업을 하는 도 모(58) 씨는 “청년을 만나면 그 사람들 생각에 맞춰주려 잔소리도 되도록 안 하려 하지만, 그래도 그들 입장에서는 잔소리로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도 씨는 “이번에 명절 때 아이들을 만나면, 그냥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하는 이호재(58)씨는 “요새 젊은 친구들은 기성 세대 를 꼰대라고 부르면서 잔소리 듣기 싫어한다”며 “정치 얘기나 얘들 힘들어하는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는다. 개인주의가 강해졌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않으려 한다. 시대가 그렇다. 우리가 맞춰 가야된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 모(60)씨는 “추석이 지나면 이제 환갑이다. 진짜 60대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대학을 졸업한 자식들 결혼문제로 고민해야 되고, 이제 정년이 됐으니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되냐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아이들에게 털어놓으면 ‘쓸데 없는 얘기’가 될까봐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40대 “중재 어려워요. 그래도 소통다리 돼야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나온 40대 들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온통 유혹 뿐이다. 윗세대들이 하는 말도 맞는 것 같고 아랫세대들이 하는 말도 그럴듯하다. 윗세대도 맘에 안들고 아랫세대는 성에 차지 않는다.

5급 공무원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는 김 모(46) 씨는 회사에서 국장이 소집한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는 직원들은 온통 40대 이상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하다보면, 20·30대 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윗분들은 이 바닥에서 출세하려면, 밤을 세우고 국가에 대한 무한한 희생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젊은 직원들이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한 가치다”며 “나 스스로도 회사생활과 개인생활 두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주려고 해도, 나 스스로도 ’내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대들이 아랫세대와 윗세대의 간격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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