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공채의 퇴진]“시대 변화 따른 불가피한 과정”…채용제도 변화에 맞춰 준비 필요
뉴스종합| 2019-09-20 10:53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대규모 정기 공개채용으로 진행하던 대기업의 채용 방식이 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의 치열한 스펙경쟁과 기업의 신입직원에 대한 불만족이 현행 정기공채 방식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일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둘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재계와 학계 등에서는 이같은 변화의 흐름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은 기업의 바뀌는 채용 방식에서 자신의 직무적합성을 높이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기공채→수시채용으로 변화=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대졸 신입직원을 정기공채 외 수시채용으로도 뽑는 기업이 55.0%(72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에게 정기공채와 수시채용의 비중을 물어본 결과, 정기공채 비중은 평균 35.6%, 수시채용 비중은 평균 63.3%로 응답해 수시채용이 정기공채에 비해 27.7%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수시채용 비중이 90% 이상인 응답이 무려 29.2%(21개사)로 나타났다.

* 종업원수 300인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31개사* 조사기간 : 8월 7일~9월 5일* 조사기관 :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방법 : 이메일에 의한 온라인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4.4%포인트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같은 채용 방식의 변화를 ‘개별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교수는 “대규모 공채로 한꺼번에 뽑아 연차가 되면 같이 승진하는 방식을 깨고 개인별로 채용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며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고 보상, 처우도 개인의 특성이나 직무에 맞게 해주겠다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교수는 “일부 회사에서 정기공채 규모를 줄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어차피 회사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사람을 뽑게 마련”이라며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채용 과정에서 흙수저든 금수저든 신입의 일자리가 줄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뀌는 채용 방식에 대한 철저한 준비 필요”= 기업에서도 정기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을 통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충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전자업계 대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는 “정기공채로 형성된 기수 문화가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경직된 문화가 고착화하는 폐단이 있었다”며 “수시채용을 통해 우수한 신입과 경력을 채용함으로써 기존에 정기공채에 제한됐던 채용 채널을 확대하는 것으로, 인사노무 측면에서는 ‘표적 채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정기공채에서 면접 질문지를 일반화했다면, 수시채용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직무에 특화한 질문지를 작성하기 때문에 신입은 직무적합성을, 경력은 전문성을 우선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ICT 기반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에서는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확보에 한계가 있어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했다”고 채용 방식의 전환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구조본부장은 “과거 정기공채보다 채용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과거 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니까 대규모 인원 대신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며 “취준생은 이같은 트렌드 변화에 맞춰서 자신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무능력을 갖추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 역시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신규채용을 줄이는 기업이 작년보다 많아졌다”며 “최근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등 수시채용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취업준비생들은 이러한 채용트렌드를 파악해 꼭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다양한 채용전형에 대해 미리 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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