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쿠르드 비극, 트럼프의 미국에 혈맹은 무슨 의미인가
뉴스종합| 2019-10-11 11:03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터키군의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터키군은 10일(현지시간) 현재 11개 마을을 점령 또는 포위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적지않은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30여명이 죽거나 부상당했으며, 그 가운데는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한다. 쿠르드 민병대(YPG)가 강력 저항하고 있다지만 중과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만의 독립국가를 염원해온 시리아 쿠르드족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신세가 됐다.

쿠르드의 비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익 우선주의’가 불러온 것이나 다름없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키로 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결정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까지 했다고 한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독립 가능성을 높이자 이를 경계해 왔다. 게다가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의 분파로 여기고 있었다. 호시탐탐 쿠르드 민병대 척결을 노리던 터키로서는 미국의 묵인 아래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긴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의 시리아 철수 결정이다. 미국은 미군이 시리아에서 빠져 나가면 쿠르드족이 위험에 빠질게 불을 보듯 뻔한데도 전격 결행했다. 쿠르드와 미국은 말 그대로 혈맹관계다. 쿠르드 민병대는 2014년 이후 미군의 장비와 비용을 지원받는 시리아민주군(SDF)의 주력군을 이뤄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쟁에서 맹활약을 했다. 이 전쟁에서 1만명이 넘는 쿠르드 전사가 사망할 정도로 희생도 컸다. 이렇게 피로 맺어진 관계인데도 미국은 ‘이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쿠르드를 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 늦게 ‘나쁜 터키’ 운운하며 중재에 나서겠다고 하나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시리아의 미군 철수 결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의 충동적 행동은 우리라고 예외지대는 아니다. 미국의 국익 앞에 동맹도 우정도 뒷전인 트럼프의 행태로 볼 때 언제든 주한 미군 철수도 결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도 트럼프의 충동을 부추길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동맹도 파열음이 생기는 등 예전처럼 견고해 보이지 않는다.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하나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미동맹과 안보 태세 강화에 국민적 역량을 집결해야 할 때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