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019 헤럴드디자인포럼]“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은 바로 공감능력”
라이프| 2019-10-11 11:20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

“공감이 무엇일까요. 제 아내는 조랑말 세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타는 게 아니라 같이 걸어다닙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죠. 조랑말과 언어적인 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공감할 수는 있습니다. 조랑말은 귀의 모양을 바꾸는 방식으로 소통해요. 귀가 직진 방향이면 눈 앞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의 ‘미래학자’ 알렉산더 만코프스키(Alexander Mankowsky)는 10일 남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에 연사로 참석해 ‘공감 능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 뇌는 도처에 산재한 힌트(암시)를 받아들이고 자동적으로 예측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기계를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과 아기가 함께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는 생명체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로봇은 아기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아기는 이러저리 방향을 틀면서 일직선으로 가지 않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나아가면서 배우기까지 해요. 반면 로봇은 웃지도 않고 직진만 할 뿐이죠. 인간은 기계를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그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이 담겨있다. 자율주행차와 보행자 간의 쌍방향 상호작용 연구 등 자동차를 생명체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만코프스키가 연구를 이끌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는 센서와 조명 시스템, 지향성 스피커가 장착돼 보행자와 소통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안정성은 보행자에게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F015는 보행자를 보면 자동적으로 불빛을 비춰 횡단보도를 만들어 소통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인식해 조명으로 반응한다”면서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듯 자동차 렌즈의 불빛은 보행자를 따라 움직이며 ‘아이 컨택’(eye contact)한다”고 밝혔다.

만코프스키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단어는 ‘협력적 운동성’(Cooperative Motility)이다. 자율주행차는 주변의 환경과 소통하면서 더욱 발전한다는 의미다.

다임러그룹에서 2001년부터 미래 이동수단의 사회적, 기술적 혁신을 구현하는 ‘포밍 퓨처 리서치(Forming Future Research)’를 연구해온 만코프스키의 목표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의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진정한 혁신 역시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것은 아이디어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에 너무 의존하면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더욱 생명체에 관심을 갖고 조화를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m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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