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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고위험투자 사고, 은행만의 잘못?…‘유반’의 지혜를
뉴스종합| 2019-10-15 11:22

#위(魏)나라 사람 진수(陳需)는 초(楚)나라와 친했다. 그는 초로 하여금 위를 침공하도록 교묘히 부추기고, 다시 초를 설득해 강화를 맺어 그 공로로 위나라 재상이 됐다.

#위왕이 초왕에게 미녀를 보냈다. 초왕이 미녀를 총애하자 정실부인이 그녀에게 귀띔한다.

“왕이 당신을 매우 사랑하지만, 코는 싫어하오. 왕을 뵐 때마다 코를 가리면 좋아하실 것이오”

초왕이 어느 날 부인을 만나 미녀에 대해 얘기한다. “새로 얻은 이가 과인을 볼 때마다 코를 가리는 데 무엇 때문이오”/“신첩은 모릅니다”/“아니오. 분명 알고 있을 것이오. 말해 보오”/“일전에 그녀가 왕의 냄새를 맡는 것이 싫다고 했습니다”

격노한 초왕은 미녀의 코를 잘라 버린다.

‘어떠한 일로 이득을 보는 자가 있으면 그자가 꾸며낸 것이다(事起而有所利 其尸主之)’ 한비자 내저설(內儲設) ‘유반(有反)’의 가르침이다.

독일과 영국 국채금리에 연동된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사채·메자닌(mezzanine) 펀드까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DLF로 가장 큰 득을 본 이는 일단 상품을 설계한 해외 투자은행(IB)이다. 설계 및 헤지(hedge) 비용 명목으로 수익(독일 DLF 기준 3.43%)을 낸 것 외에, ‘무모한’ 포지션을 한국에 떠넘겨 국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만큼 이익을 얻게 됐다. 이어 파생결합증권(DLS)를 발행한 증권사와 이를 펀드로 만든 운용사는 상품을 공급한 대가(0.5%)를 챙겼고, 판매사는 수수료(1%)를 얻었다. 금융당국과 법원에서 불완전판매로 최종결론이 나면 판매사는 손실의 절반 이상을 배상해야 할 지 모른다. 결국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곳은 해외IB와 국내 증권·운용사다.

은행에서 파는 상품이어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줄 알고 ‘착각’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은행은 고위험상품은 아예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라임펀드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곳은 라임자산운용이다. 운용보수는 40bp지만, 사모펀드는 성과보수를 취할 수 있다. 선취수수료로 70bp를 챙긴 판매사보다 많을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이번에 펀드를 유독 많이 판 은행의 증권운용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다른 은행들은 부적합하다며 판매를 거절했다.

10여년 전 한 시중은행 자금부 출신 직원이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해당 증권사에 집중됐다. 그 직원은 연평균 수 억 원의 인센티브를 챙겼고, 몇 년 만에 어엿한 자산운용사의 오너가 됐다. 은행이 고위험상품을 팔지 못하게 되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곳은 증권사들이다. 제대로 된 상품인 줄 분별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닌지 알면서도 고위험상품을 공급한 것은 증권업계다. 금융에서 계열사간, 또는 특수관계인간 범위 밖의 일감거래는 무풍지대다. 부당한 내부거래에는 은밀한 거래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무리하게 운용하고, 그 무리를 눈감아 준 ‘관계’가 핵심이다. 금융당국이 고위험상품판매와 사모펀드 제도를 손질 중이다. ‘유반’을 살폈으면 싶다.

한비자의 또다른 가르침, ‘법대로 하라(有度)’로 맺어 보자. ‘과오가 있는 자는 죄를 은폐하지 못하게 하라. 비방을 들었다고 단번에 내치지 말라’.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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