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계획의 중요한 키워드는 중화학공업 육성이었다. 이에 필요한 유능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 공업전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공업대학이 설립됐다. 이곳에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뿌리기술들을 익힌 핵심 기술 인력들은 자동차, 철강, 전자, 화학 등 국가 주력산업의 숙련공이 돼 국가 성장에 기여해왔다.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內在) 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根幹)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철강, 자동차, 조선, IT, 건설 등 타 산업의 제조 과정에 공정기술로 이용되며, 최종 제품의 성능, 신뢰성 등을 결정하는 제조업 품질 경쟁력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뿌리기업은 2017년을 기준으로 총 2만5056개 사, 매출은 약 131조 원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표면처리와 금형이 각각 6000여 개 사로 뿌리산업의 과반을 차지한다. 매출은 용접이 뿌리산업의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용접 외 소성가공, 표면처리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뿌리기업의 매출은 60% 이상이 기계, 자동차, 전자, 조선 등 4대 업종에서 발생한다.
뿌리기업 종사자 수는 49만2247명이며, 업종별로는 용접 부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일하고 있다. 다만 연령별로는 20~30대 비중이 감소하고 있어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젊은 취업준비생들이 지방근무를 피하고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빈 자리는 외국인 노동력이 채워가고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상승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등으로 공장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저가 고품질 부품을 수입하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저임금에 우수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로의 진출이다. 또한 판매처가 확실하고, 국산화 및 기술인력 양성, 기초산업 육성 등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나라가 최적이다. 이런 점에서 베트남을 최적의 국가로 꼽을 수 있다.
베트남은 현재 6대 뿌리기술 인력 양성을 통한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추진 중이다. 따라서 기술력이 높은 한국의 뿌리기업이 진출한다면 이들 정책에 부응해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베트남 양국 경제산업 협력의 성공을 이끄는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예로 베트남에 진출한 현대차,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필요로 하는 부품 대부분 현지 조달이 불가능하다. 자동차 부품 분야만이라도 기술력 갖춘 중소 뿌리기업들이 진출한다면 베트남 현지 부품조달이 가능해져 진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산화율을 높이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자동차 산업 발전 정책 실현에도 기여하는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