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밀리터리
[데스크 칼럼-함영훈 산업섹션 선임기자] 미국이 한국을 일본보다 중시해야 할 이유
뉴스종합| 2019-10-24 11:24

미국 오클라호마엔 원주민 인디언 박물관도, 개척자 카우보이 박물관도 있다. 상생하던 곳이라 문화도 만개했고, “가만히 있으면 치인다”는 명언으로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강조한 미국 대중문화의 개척자 윌 로저스(1879~1935)를 낳았다.

그러나 오클라호마는 비극의 상징이 되고 만다. 1995년 정통 기독교가 아닌 ‘다윗파’를 참칭하는 사이비 신도의 테러로 168명이 죽었다.

말년을 힘겹게 보내다 윌 로저스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지 6년 뒤인 1941년 초겨울, 미국이 자랑하던 전함 ‘오클라호마호’가 미국을 배신한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에 침몰했다. 미국인은 오클라호마와 진주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1905년, 간이라도 내줄 듯 하며 미국, 영국에 손을 내밀던 일본은 힘을 야금야금 키우더니, 36년 뒤 이들을 배신한다. 진주만 기습으로 미군 2335명을 죽이고 비행기 188대, 오클라호마호 등 전함 7척을 부쉈다. 지켜주겠다던 미국 영향권 지역 필리핀에도 일본은 폭격을 가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군인 맥아더장군도 거기 있다가 당할 뻔 했다.

일본은 자신의 동맹인 영국의 싱가포르 주둔 부대도 초토화시켰다.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루즈벨트 대통령는 ‘국가 치욕의 날’로 선포한다. 재미 한국인들도 항일부대 ‘맹호군’을 자발적으로 조직, 미군에 편입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와중에, 아베 일본 총리가 중국서 거부한 미국산 옥수수 매입을 대신하겠다고 하자 일본 편을 드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아베 일본 총리는 자국 의회 질의를 받고 ‘합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가 있었다. ‘못 믿을 사람’이다.

한-미-일 미묘한 기류 속에 미국 언론은 일제히 일본과 트럼프를 비판했다. “아베가 자유무역을 존중한다는 말을 뒤집었다”, “비경제적 사안에 무역 규제로 압박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위협 요소”, “일본 행위는 트럼프의 대응 방식을 닮았다” 등등.

골프 치며 시시덕거렸다고 근본적인 신뢰가 쌓이는게 아니다. 배신도 문제이지만, 미국이 일본 보다 한국을 더 좋아해야 할 이유는 ‘매우 근본적인 것들’에 있다. 일본에는 기독교가 없어 정신문화 면에서 미국과 깊은 정신적 교감을 할 수 없다. 다종다양한 우상숭배의 ‘신도’만 있을 뿐, 중심적 신앙이 없는 일본의 국민은 통치자에게 쉽게 휘둘린다. 이로 인해 자민당 독재가 이어지는 동안, 창의력과 잠재력은 한국에 뒤처져버렸다. 아베 정권이 자국내 비판 세력을 검열, 통제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한국은 기독교가 양대 신앙 중 한 축이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민민주주의로 호평 받는다. 한국이 한일 무역전쟁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은 한국인 특유의 지혜와 미국 등에게서 배운 실용주의가 잘 조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국 관리에서 한국의 모범적 정신문화와 민주주의, 의리, 일본 제국주의의 배신, 아베의 국제질서 훼손과 말 바꾸기를 잊어서는 안된다. 단테는 ‘신곡’에서 배신자를 가장 참혹한 지옥에 넣었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