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스크 칼럼] 빛바랜 국정과제 ‘창업국가’의 민낯
엔터테인먼트| 2019-10-30 11:33
지난 2014년 프랑스 올랭드(Hollande) 정부는 좀처럼 늘지 않는 신규 일자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총리인 장 마르크 에로(Jean-Marc Ayrault)는 고심 끝에 반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찬을 겸해 12개 프랑스의 대표적인 공유경제기업 CEO들을 관저로 초청했다. 그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혁신적인 환경을 만들어 공유경제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정책을 내놨다. 공유경제기업 발전을 위한 법안과 ‘팹랩’(Fab lab)에 수천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팹랩은 디지털 제조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소규모 작업공간으로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린다. 침체된 경제의 돌파구를 공유경제의 일자리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는 팹랩 연출자, 서비스 기획자 등 공유경제에서 파생된 신규 일자리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규제가 많은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공유경제의 천국으로 불린다. 2000년대 중반에 생긴 블라블라카(Blablacar)는 회원수 7000만명의 세계 1위의 카풀 사이트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와 어꺠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국의 공유숙박 스타트업들도 서너 개가 된다. 프랑스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집밥’ 공유 사이트 비즈잇(Vizeat)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관광객들이 현지인의 집을 방문해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얼마 전 한국에도 들어왔다.

프랑스에서도 기존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은 있어왔다. 하지만 신기술과 기득권이 충돌할 때 프랑스는 성장동력에 더 주목한다. 대신 공유 모델 발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사후에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공유 경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프랑스의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300여개에 이른다. 외국기업은 30% 정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출범 초 ‘창업국가’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혁신성장’을 모토로 내걸고 예산도 많이 쏟아부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경제성적표는 충격적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4%, 2분기는 1.0%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1%대 가 확실시된다.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비는 줄고, 투자도 마이너스 행진이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무’와 규제 족쇄에 갇혀 활력을 잃어버렸다.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에 사업을 접는 플랫폼도 늘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에 막혀 공유경제 논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도시민박법 개선안은 규제완화나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많은 나라에서 실거주 요건을 갖춘 집은 빈집과 달리 거의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반면 정부 안은 실거주 주택에 대해 영업일을 제한하고 있다. 모빌리티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범법자로 의심받고 있다. 혁신을 응원하겠다며 출범한 정부가 잘못된 정책과 규제의 장막으로 혁신의 요람인 스타트업을 옥죄고 내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b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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