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과도한 공무원 증원…감당할 재정 여력은 따져보았나
뉴스종합| 2019-11-04 11:17

정부가 내년에 신규로 채용할 공무원이 국가직(1만8815명)과 지방직(2만5000명)을 합쳐 3만3815명이라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채용 일정을 발표한다. 단일 규모로는 1991년 3만5000명 가량이 늘어난 데 이어 29년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한데 이게 끝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17만4000명을 증원하게 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행정서비스 개선과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업무 수요는 파악됐는지, 또 재원 대책은 마련한 것인지 의문이다.

공무원은 하방 경직성이 강해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가 어렵다.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돼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일단 뽑으면 대부분 정년을 보장해줘야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통상 공무원으로 채용되면 임금과 연금을 포함해 60년간 국민 세금으로 먹여살려야 한다. 그 비용이 연금을 합쳐 370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도 나와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하다고 마구 늘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가 그렇다. 당장 공무원 연금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의하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 보전 규모가 올해 1조6000억원에서 2023년이면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4년새 두 배다. 수급자가 늘어나다 보니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정부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주범으로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꼽히고 있다. 재정에 대한 고려없이 공무원을 늘리면 당장 청년들에게 생색은 날지 몰라도 결국 그 부담은 미래 세대인 또 다른 청년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방 복지 우편 분야 등 일선 민생 현장 공무원의 증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반 행정직의 무차별 증원은 재고해야 한다. 일선 구청이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초과 수당과 출장비를 챙기는 게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한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안이지만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판에 공무원 증원에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무원 증원이 국가적 재앙이 된 베네수엘라와 그리스 사례는 좋은 반면교사다. 마침 국회가 내년도 예산심의에 착수했다. 심의과정에서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 여력을 충분히 살펴보고 그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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