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출발부터 삐그덕 오픈뱅킹, 금융혁신 마중물 되겠나
뉴스종합| 2019-11-05 11:15

지난달 30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오픈뱅킹이 출발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은행들은 사전에 약속했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중요 서비스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부 은행은 사전 마케팅으로 과열 양상을 불러왔다. 시스템과 규약(자율)어느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만 할 처지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결제 기능과 고객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개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까지 가능케하자는 제도다. 은행들은 오픈뱅킹 시행에 앞서 입출금 계좌뿐만 아니라 예·적금 계좌와펀드 계좌 정보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정보 공유는 합의 사항이지 강제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공유없는 오픈뱅킹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할 이유가 없다. 은행들이 결국 합의한 것도 그때문이다.

그런데 주요은행 상당수가 입출금 계좌 정보만 내놓았다. 그래서 타은행의 예적금 계좌는 오류로 나온다.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의 시스템 문제가 보완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댄다. 은행마다 인증방식이 다른데 그걸 통합하는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핑계다. 그럼 약속지키느라 다 공개한 은행만 바보란 말인가.

심지어 입출금 계좌간의 이체에도 오류가 나왔다. 어떤 시스템이든 오류는 나온다. 문제는 토대부터 잘못된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입금계좌의 문제로 입금이 안 되면 그 돈이 원래 출금계좌로 자동으로 환급됐다. 하지만 오픈뱅킹에선 자동으로 원래 은행(출금계좌)에 환급되지않고 출금 거래를 새로 정정해야한다. 지연이 발생함은 물론이다. 편리하자는 오픈뱅킹이 더 복잡하고 느려진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오픈뱅킹은 각 은행마다 가진 독립적인 뱅킹시스템에 맞춰야했던 금융소비자들이 새로 개발된 통합시스템으로 편리한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공개가 되지않아 가장 기초적인 조회와 입출금거래조차 삐걱거린다는 것은 오픈뱅킹의 적신호다. 출발부터 위기다. 이래서는 핀테크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건 고사하고 발붙이기조차 어렵다.

아직은 시범운영 기간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18일 본 서비스에 들어갈때까지 확실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오픈뱅킹은 금융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미래의 금융 진화까지도 막아버리는 걸림돌이 된다. 안그래도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2년가까이 늦은 게 우리의 오픈뱅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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