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막말·갑질·성추행’…고개드는 지방의회 폐지론
뉴스종합| 2019-12-01 10:09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전국 곳곳에서 기초단체의원들의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 지방의회가 왜 필요하냐는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막말·갑질은 물론 폭행과 자해에 성추행·음주운전·술값 시비·이권개입 등 유형도 다양하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이들의 몰상식한 작태를 보다 못한 주민들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거나 “의정비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지방의원을 제어할 장치도 마땅치 않아 그나마 많은 곳에서 지켜보는 광역의원들을 더 선출해 지방의회도 함께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전 중구의회 박찬근 의원은 지난 6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 여성 의원의 얼굴을 만지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한 점이 인정돼 구의회에서 제명됐다.

그는 올해 초에도 동료 의원에 대한 과도한 신체 접촉 등을 이유로 출석정지 60일 징계를 받기도 했다.

회의 중 자해 소동을 벌이거나 동료 의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고 물컵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충남 공주시의회 이창선 의원은 지난 8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중 자신이 낸 예산 삭감안이 되살아나자 책상 유리를 깬 뒤 유리 조각으로 자해 소동을 벌였다.

당시 속기록에는 이 의원이 ‘유리 조각을 먹어 버리겠다’라거나 ‘배를 그어 버리겠다’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전북도의회 박용근 의원은 간부 공무원에게 특정 직원의 근무평정을 잘 주라고 청탁하고, 사업가인 민원인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교육청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공무원노조 등 전북지역 5개 노조가 성명을 내며 갑질 의혹을 고발하고 나서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9월 민부기 서구의원이 공무원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으로 불러 질책하며 당시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사건이 있었다.

앞서 충북에서는 천명숙 충주시의원이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행사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무대에 난입해 큰소리를 치며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경기 평택시의회 이해금 의원은 ‘집창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임시회에서 이른바 ‘쌈리’로 불리는 집창촌을 향해 “평택의 특화 거리, 역사가 있는 거리인데 꼭 없애야 하느냐. 친구들이 서울에서 오면 성매매 집결지 구경시켜주는 데 좋아한다”며 “그것(쌈리)을 살렸으면 하는 내용도 (재개발계획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은 기본이고 성추행, 폭언등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충남 공주시의회 오희숙 의원은 지난 10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오 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20%였다.

경기 고양시의회 김완규 의원도 지난 5월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5%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부산 사상구의회 권경협 의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경기 고양시의회 채우석 의원은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 화단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고양시의회 김서연 의원은 지난 7월 본회의에 술을 마시고 참석해 시정 질의를 했다가 음주운전까지 들통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전남 곡성군의회 여성의원 두 명은 최근 의원실에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몸싸움의 시작은 수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 당직자 책상에 놓고 온 돈 봉투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이 상대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싸움이 벌어졌고, 정당 관계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이 세간에 알려졌다.

충남 아산시의회 장기승 전 의원은 예산안 심의 중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을 향해 호통을 치며 책상 위에 놓인 찬물이 든 종이컵을 집어 던져 물의를 빚었고, 충북도의회 이수완 의원은 가설 건축물과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이 드러나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의회 한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와 신규 점포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 비난을 받았고, 공주시의회 박석순 전 의원은 자신의 명함 뒷면에 남편이 운영하는 자동차 공업사의 상호·전화번호 등을 기재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방의원들이 수많은 자료 요구등으로 공무원들을 괴롭히자 공무원들은 어쩔수 없이 ‘꼴통’ 지방의원 사업을 지원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충남 아산시 공무원들은 최근 4년 동안 109차례에 걸쳐 시의원·의원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2700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 결과 의원이 운영하는 차량 수리업체에 반복적으로 관용차 수리를 맡기거나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1500만원 상당의 밥값을 계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이처럼 일탈을 일삼자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함량 미달 의원을 시민의 손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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