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피플앤데이터]‘침묵→비상경영-→파격 인사’ 신동빈 승부수의 변주곡
뉴스종합| 2019-12-20 10:4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한 동안 ‘깊은 침묵’으로 임원들을 긴장시켰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들어선 거침 없는 행보로 롯데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황각규 부회장의 입을 빌려 ‘비상경영’을 선포한데 이어 이번엔 파격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해 롯데에 전례없는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신 회장이 승부수에 변주를 더하면서 ‘뉴롯데’의 재설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지난해 자리를 유지했던 유통과 호텔&서비스BU(Business Unit·사업 부문)장을 마저 교체했고, 50여 계열사 중 22개사 CEO를 갈아치웠다. 특히 실적이 나빴던 롯데쇼핑은 5개사 중 4개사의 CEO가 짐을 쌌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의 ‘50년 성공 방정식’에 머물러 있다가는 더이상의 미래가 없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혁신에 속도를 내라는 것이 신 회장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유통 명가’ 롯데가 이대로 주저 앉을 수 없다는 결의를 고스란히 담은 일종의 ‘선전포고’와 같다고 보고 있다.

안그래도 이번 인사가 신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사건의 확정 판결을 받은 후 단행한 첫 인사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사법 리스크를 떨쳐낸 신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뉴 롯데’를 완성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너 리스크’가 사라지니 경기하락과 반일 불매운동, 모바일 쇼핑 쏠림 등 여러 악재들이 쏟아지며 ‘파격’이 없이는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됐다.

실제로 그룹의 근간이 되는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84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이 1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3%도 채 안된다. 유통 부분이 약할 때 그 빈자리를 메워줬던 화학 부문도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서 예전만치 못하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7.5%나 줄어든 3146억원에 불과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롯데 특유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빠른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임원-계열사 대표이사-BU장-회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로는 롯데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커녕,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기도 버겁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임원인사와 함께 BU별 원톱(One Top) 대표이사 체제로 조직을 확 바꿨다. 또 각 계열사 대표들은 현장에서 뼈가 굵은 50대의 젊은 전무급 인사들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신 회장은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유통부문의 대수술에 나섰다. 강희태 신임 유통BU장에게 전권을 주고, 각 유통 계열사를 사실상 사업부별 체제로 전환한 것도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모바일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롯데 e커머스의 핵심인 ‘롯데ON’의 사업이 신 회장의 시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신 회장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신 회장이 승부수의 변주를 통해 조직에 태풍을 불러온 한편, ‘속도’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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