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데스크 칼럼] 또다른 시작을 앞둔 아쉬움
뉴스종합| 2019-12-23 11:28

기해년(己亥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年末)’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진한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해 말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해의 시작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연말의 묘한 감정 속에서 대학 입시를 진행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마음은 더욱 그렇다. 지난주로 해서 2020학년도 대학 수시 전형이 끝났다. 누군가는 대학 합격의 기쁨을, 누군가는 수시의 고배(苦杯)를 마시고 ‘좁은문’ 정시를 준비한다.

최근 2년간 대학 입시와 교육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이 즈음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되는 수험생들의 마음을 일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대입 제도와 교육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소위 ‘킬러(killer)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의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을 긴장케 했다. 한두 문제 차이로 대입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이들에게 정답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난도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킬러 문항’을 넣을 수밖에 없다는 출제 관계자들의 말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는 간다. 수능의 난도 문제점과 대입 제도의 허점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천문학적 비용을 생산성 없는 사교육비에 쏟아 넣게 하며, 학교교육을 황폐화 시키는 이 어려운 문제의 본질은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입시경쟁 중심이라는 데 있다. 출신 대학에 따라, 직업에 따라 삶의 질이 너무도 달라지는 사회 현실이 그대로 교육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떻게 바꾸든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 16개대학에 대해 수능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 비중을 40%까지 올리기로 했다. 조국 사태 전후를 지켜본 이로써 왠지 찜찜하다. 이번 정책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고심 끝에 나왔다기보다 현실에 묶여 대중에 끌려다닌 결과라는 것이 개운치 않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지난 2008년 9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포럼에서 한국의 과열된 학업 풍습에 대해 평했던 말이 머리를 스쳐간다. 토플러는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플러의 발언 이후 10여년이 흘렀고 곧 2020년대를 맞이한다. 대학이 서열화 하고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만 인정받는 지금의 환경이 계속된다면 우리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은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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