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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엇갈린 학부모 시선…“조심운전 당연” vs “처벌 과해”
뉴스종합| 2020-01-10 11:16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일명 ‘민식이법’ 시행을 2개월가량 앞두고 정부와 학교 측이 준비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법시행을 둘러싸고 학부모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0이 ㄹ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아무래도 민식이법 때문에 좀 더 긴장하게 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긴 해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든다고 이 법이 괜찮다고 생각되기보다는 다른 법과 형평성을 따지면 약간 무리한 법이 아닌가 싶어요.”

서울 시내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 열린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심모(41) 씨는 이른바 ‘민식이법’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10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약 한 달 된 시점이었다. 심 씨를 비롯한 서울의 예비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를 향해 긴장하며 천천히 운전했다”고 했다.

새 학기 시작을 앞둔 각 학교는 오는 3월 18일 시행되는 ‘민식이법’ 대비에 들어갔다. 오지영 동호초 교감은 “개학 후 출근 시 규정 속도 준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교직원 연수와 가급적 아이들 등교 시간 이전에 출근을 권유할 방침이다”며 “특히 1교시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 부모님이 아이가 지각할까봐 속력을 내시는 경우가 많아 학교 차원에서 충분히 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의 첫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공통된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안전’이었다. 학부모 이모(37) 씨는 “아무래도 애들이 있으니 학교 앞 같은 곳은 조심히 오게 된다”며 “이번에 처음 입학하는 거라 개학 후 불안함은 솔직히 있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에 대해선 입장이 갈렸다. 학부모 이모(37)씨는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원래 스쿨존 안에선 당연히 주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0) 씨는 “법 얘기가 오간 후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분들도 좀 더 주의를 하시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내용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모 대신 아이를 데리러 온 서모(61) 씨는 “사람을 죽이려 일부러 운전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자기가 의도하지 않은 피치 못할 사고마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의 ‘악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교육계에 종사한다는 학부모 정모(42) 씨는 “요즘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이 ‘어? 내가 저 선생님 차에 가서 부딪히면 저 선생님을 그만두게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와 (개정)청원에 동참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들었다”며 “악용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을 데리러 학교에 오는 지역 체육학원들도 시름에 잠겼다. 동호초 근처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모(40) 씨는 “민식이법 얘기가 나온 후로 운전기사를 뽑기가 어려워졌다”며 “아이들 하교 시간이 다 동일해 그 시간에 아이들이 특히 붐벼 위험 부담이 커지니 이제 아무도 안 하려 한다”고 했다.

민식이법은 사고 예방을 위한 스쿨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와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의 가중처벌(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을 골자로 한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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