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가보지 않은 ‘개별북한관광’의 길…핵심은 美공조·北호응
뉴스종합| 2020-01-18 17:35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면초가가 될까, 전화위복이 될까. 북한이 자력갱생에 기반한 전면돌파전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가 대북관광 자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북교류 활성화의 조치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구축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온 구상이다.

▶中패키지에 한국인참여·연락사무소 이용 검토=정부가 방북승인 처리기간을 대폭 줄인 대북개별 관광안을 검토하는 것 또한 관광을 통해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보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마식령스키장과 양덕 온천 등 관광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은 유럽인들을 겨냥해 3월부터 이용이 가능한 스키관광 상품을 내놨다. 대북개별관광 구상은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호응함으로써 북한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북한의 초청장 없이도 관광비자만 있으면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방북하는 것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중국 여행사의 북한관광 패키지에 한국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방북은 통일부의 승인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접수부터 승인까지는 일주일 가량이 걸린다.

▶“남북협력은 한미협의 사안” 제동 건 해리스 美대사, 대북협상력 약화 우려= 문제는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당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한국은 북한과 어떤 계획을 실행하든 이행하려면 한미실무그룹을 통해야 한다”고 말하자 청와대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반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와 관련해 중국 숙소와 북한 회사 두 곳을 제재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위에 언급했듯 대북관광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과거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이 관광객들의 돈을 한꺼번에 북한에 전달하는 식이라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가 금지한 대량현금(bulk cash)의 북한유입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관광의 경우 대량의 현금이 한꺼번에 북한에 들어가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북한관광을 권함으로써 북한으로의 현금유입을 독려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른바 ‘대북제재 기조’를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할 강력한 무기로 활용해왔다. 특히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을 막기 위해 모든 수입원을 막는 수단으로써 대북제재 카드를 유지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개별관광 카드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아닌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대북협상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美, 완전 반대입장은 아냐…대북협상력 약화 우려= 그러나 미국의 불안은 한미간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정책대표를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개별관광 사업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및 섬유 등에 대한 대북제재 유예를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6~2017년까지 채택된 안보리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불발됐다. 미국은 안보리제재 해제하려면 영변핵시설뿐만 아니라 북한 내 핵물질, 핵무기, 핵시설 등의 완전한 폐기돼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대북협상력의 유지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호응해 미국과의 대화테이블에 다시 올라 비핵화와 관련한 카드를 꺼내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당장 북한이 자력갱생을 천명하고,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 북미대화를 견인한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美설득 필요…한반도 평화정착 위해 필수적 과정= 우리는 왜 미국의 ‘불편한 심기’에 움찔하게 될까. 대북개별관광이 다른 남북 협력사업을 활성화시키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려면 결국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과거 미국이 BDA은행을 동결했을 때도 그 파급력은 제재에 따른 자산동결 자체보다도 정치적 의미에 따른 파급효과가 컸다. 미국 재무부가 대북 개별관광 과정에서 일부 관광객이 반입한 물품 등을 문제삼아 여행사 등을 제재대상으로 삼는다면, 아무리 정부가 관광승인절차를 간소화했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은 올들어 김 위원장의 신년 대남 메시지를 생략하는 등 ‘통미봉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인 것이다. 따라서 개별관광 구상안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남북협력사업이 어떻게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 수 있는지 설득하고, 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北호응여부도 문제…관광객 안전담보 필요= 당장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제스처’에 화답할지도 관건이다. 정부의 개별관광 카드는 관광자원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해와 맞아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체관광은 여행사나 기관의 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개별관광의 경우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故) 박왕자 피살사건은 이례적인 경우였지만, 북한의 치안관리는 한국의 치안관리 절차와 상당부분이 다른 만큼 돌발변수가 많은 편이다.

개별 관광이 실시된다 해도 북한 지역으로 관광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규모 관광객이 조달되지 않는 한 북한에게 주는 이득은 크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금강산 관광처럼 정책적으로 대규모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한 개별 관광에 그리 큰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munja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