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출렁 대는 추암, 울렁대는 동해..신상 쏟아진다 [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0-01-21 11:17
추암해상출렁다리

‘착한 남자’ 송중기가 물끄러미 바라보던 추암 형제바위를 지나 용뫼에 오르니, 촛대바위, 기암괴석들은 발 아래 있고, 1월 군청색 동해바다가 싱그럽다. 자신감, 상쾌함, 신년 ‘쇄신여행’에 제격이다.

부부바위·거북바위를 지나자 얼마 전 까지 그물망으로 가려놓았던 기암괴석 숲 ‘석림’이 시원스레 만물상 자태를 뽐낸다. 마치 피카소의 ‘목욕하는 여인들’, ‘칼레의 시민들’ 화폭을 모아놓은 듯 하다.

▶2020 ‘쇄신여행’ 여기 어때요?=코끼리바위 옆 해안 산책로를 따라 3분쯤 걷자, 드디어 2020년대 추암을 빛낼 랜드마크 ‘해상 출렁다리’가 세련된 모습을 드러낸다. 건널 수 없던 절벽과 절벽 사이, 희망의 구름다리가 놓였다.

워낙 튼튼하게 만들어져 출렁다리의 일렁임은 가볍다. 그래서인지 어른이든 아이든, 고소공포감이 있는 여행자 조차, 그 흔한 초입의 주저함이 없다. 다리 위에 오르면 동남쪽을 보면, 출렁다리 곡선, 촛대바위와 석림, 해안선, 멀리 보이는 쏠비치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1788년 김홍도의 ‘금강사군첩-능파대’ 그림 못지않은 2020년형 풍경화가 그려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개방하는 이 출렁다리 위의 정취는 일출 전후 선홍색·금빛, 한낮 에메랄드·옥색, 오후 군청색, 해질녘 감청색으로 변하는 동해바다빛의 변화 만큼 이나 시시각각 다르다. 지중해의 카프리나 오륙도 보다, 워낙 강하게 대시하는 동해 파도의 흰색 포말만 24시간 같을 뿐.

김홍도가 1788년에 그린 추암 그림‘, 금강사군첩-능파대’

▶김홍도의 추암 그림, 넣지 못한 출렁다리=한밤에는 출렁다리 동쪽 용뫼에 아주 밝은 조명등을 켜놓는다. 달 뜨는 밤에도 해 뜨는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세심함·기발함을 발휘한 것이다.

폭은 2.5m로 넉넉하고 길이는 청계천 광교의 5.5배(72m) 정도이니 온 지구촌 사람들이 즐기기에 딱 좋다. 한 두 차례 왕복하며 가벼운 일렁거림에 몸을 실은 채, 드론이나 접근했을 절벽과 절벽 사이 운치를 충분히 흡입해도 좋겠다.

8년전 썸을 사랑으로 키우려 추암에 갔다가 하릴없이 과거 얘기나 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은 송중기-문채원이 2020년판 추암을 만났다면 확 늘어난 감성 콘텐츠에 빠져, 이별할 새가 없었을 것이다. 추암의 변신은 끝이 없다. 해안철길의 운치를 배가시킬 철도가 도교를 넓히고, 주변 동해신항-산업시설-추암해안 조명을 이용한 ‘여명 빛 테마파크’를 만든다.

KTX 개통을 한달 앞두고 가슴이 부푼 동해시의 ‘여행 플러스 알파’는 추암에 그치지 않는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완공되려면 몇 달 남았지만, 지금 가도 장쾌한 위용의 볼거리로 손색없다.

▶고공 걷기 여행, 도째비골 3웨이 스카이밸리=논골담길의 종점인 묵호등대와 건너편 언덕, 해안 자락을 고공 연결하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7월에 완성된다. 완공이 임박한 시점이라, 지금 가도 세 갈래 스카이워크의 장쾌한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30m 높이에서 바다와 논골담을 보며 200m를 걷는다. 하늘산책로, 하늘광장, 아트하우스에다 재미있는 체험시설 2개가 만들어진다. 그 아래 해안엔 바닷물 위로 100m 가량 뻗어나가는 오션프런트가 들어서고 서핑·카누·낚시 등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만드는 ‘어촌뉴딜’이 진행된다.

눈 온 날 밤, 논골담길 야경

등대를 구경하고 먹태(바닷바람으로 말린 쫀득한 명태의 변형) 덕장으로 돌아나오는 길목에 잠시 멈추면, 부산 감천·아미문화마을 닮은 풍경을 만난다. ‘약속의 땅’을 찾은 사람들이 가파른 산을 계단식으로 터 닦아 다닥다닥 집 짓고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며 희망을 일궈가던 곳이다. 거대한 비정형 빌딩 같은 묵호 야경은 감천·아미와 흡사하다.

묵호등대가 희망의 불빛 되어, 고단했던 과거를 즐겁고 행복한 오늘로 바꾼 도째비골, 논골담의 상전벽해는 여행자들의 마음 조차 푸근하게 한다.

본래 ‘무릉’이던 중국 장가계의 한국판 무릉계곡은 2020년 ‘대박’ 소리 절로 날 숨은 보석 세가지를 공개한다.

동해시 무릉계 인근, 쌍용양회 석회석 채석장엔 에메랄드빛 두개의 호수가 만들어졌다. 폐 채석장은 올해 하반기 테마파크로 변신한다. 사진은 조감도.

▶대한민국 건설한 에메랄드 및 호수2개=호암소, 무릉반석, 학소대, 장군바위, 두타산성, 선녀탕, 하늘문, 쌍폭포, 용추폭포 등 스테디셀러는 다시 와도 늘 새롭거니와, 오는 4월에는 바위에 나무들이 자란 베틀바위 비경이 일반에 공개된다.

쌍용양회는 국토 건설의 1등공신인 시멘트 원료 석회석 채석장을 폐쇄해 최근 동해시에 넘겼다. 놀랍게도 무릉계 근처인 그곳엔 동유럽 플리트비체와 동색인 에메랄드 색 호수 2개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백록담보다 큰 것 하나, 작은 것 하나다. 시의 허가를 얻어 어렵게 찾아간 그곳은 이번 동해 취재 중 가장 놀란 곳이었다. 올 가을 까지 베트남 달랏 부럽지 않은 라벤더 꽃 단지, 실내정원, 전시장이 마련된다.

모양새는 칼데라호 같은데, 사실은 나라 건설을 위해 석회석을 파냈던 곳에 자연스럽게 옥색 물이 고였다고 한다. 국토 건설의 땀방울이 밴 곳이라 자연의 신비를 뛰어넘는 감동이 다가온다.

정부-관광공사 인증 웰니스관광지 무릉건강숲과 호암소에서 본 베틀바위

▶따스한 겨울 동굴여행, 황금박쥐VR 짜릿=인근 무릉건강숲은 환경성 질환예방관리센터이다. 소금동굴, 온열테라피실, 항균, 탈취, 음이온 방출 효과가 있는 견운모 찜질방, 산소힐링방, 황토방 등 테라피도 다양하고, 입구부터 만나는 나무사이 정자와 청정 계곡물, 생태공원, 편백베게-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실, 간호사와의 1대1상담 등 ‘건강여행’ 요소를 모두 갖췄다. 네 명까지 잘 수 있는 2인실 하룻밤이 6만원이라, 돈 내던 여행자도 “가성비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하자, 돌아오는 건 스태프의 미소 뿐이다. 최대수용인원 220명.

서울로 치면 명동이라 할수 있는 동해 천곡 도심 한복판에 황금박쥐 천연동굴이 있다. 따뜻한 동굴 속에서 파르테논신전, 포옹하는 남녀, 상봉하는 위-아래 종유석, 신비한 달걀판 모양 천정용식구 등 숱한 동굴 신비를 감상한 뒤, 최근 2층에 새로 마련한 가상현실체험관 ‘GG Park’를 체험하면 짜릿함까지 챙길 수 있겠다.

▶동창이 밝았느냐, KTX개통에 분주한 손길=한섬 감성 바닷길은 국토방위를 하는 군 당국과의 협의를 어렵게 마치고 안전산책로 등 작업이 진행중인데, 지금도 트레킹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 정자, 해식애, 해식동굴, 바다낚시꾼의 여유로운 표정, 감성 카페가 어우러져 있다.

국내 최초 해변한옥마을, 망상 ‘해안’은 작년 봄에 닥친 화마에도 온전하게 남아 손님을 맞고 있고, 홍게어묵, 묵사발로 유명한 전국 ‘빅3’ 오일장 북평장(3,8일)과 묵호동쪽바다중앙시장·야시장, 고품질에 가성비 높은 러시아대게마을, 웬만한 광역시 거리 만큼 떠들썩한 천곡명품거리엔 여전히 손님들이 북적인다.

동해시 대게마을

‘동창이 밝았느냐’ 시조의 배경 망상동 사래 긴 밭과 인근 약천 남구만 사당을 찾아 선현의 자취를 되새긴 다음, ‘내게와 묵호’, ‘어쩌다 어달리’, 무인다방 ‘잎새바람’, ‘한섬 바다새’ 등 카페에서 창밖 갈매기와 청정생태를 감상하노라면, 여행자의 감성은 또 한바탕 뒤집어진다.

2월 개통될 KTX 손님맞이가 다 된 것 같은데, 시내버스 정류장에 온열의자를 놓는 등 희망에 부푼 동해시민들의 손놀림은 여전히 분주하다.

동해=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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