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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천루’ 꿈꾼 고(故) 신격호 회장,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다
뉴스종합| 2020-01-22 10:04
신동빈 롯데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아버지는 롯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이셨습니다. 항상 새로운 사업구상에 몰두하셨고 성공과 실패를 모두 떠안는 책임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일 오전 7시께 서울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 임직원 14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말이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고 침착한 표정으로 읽어 내려갔다.

신 회장은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많이 사랑하셨다”며 “타지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을 거두셨을 때에도 조국을 먼저 떠올리셨고, 기업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며 “오늘의 롯데가 있기까지 아버지가 흘린 땀과 열정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롯데월드몰은 이른 새벽부터 영결식을 찾은 추모객들로 붐볐다. 검은 옷을 입은 롯데 임직원들의 행렬이 1층부터 길게 이어졌다. 오전 6시50분이 되자 롯데콘서트홀은 1400여명의 추모객들로 빈 곳 없이 가득 채워졌다.

영결식은 오전 7시 시작됐다.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정열 씨가 영정을,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입장했다. 고인의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와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영정을 뒤따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신영일 아나운서의 사회로 묵념이 진행됐다. 이어 명예 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총리가 “우리 국토가 피폐하고 많은 국민이 굶주리던 시절 당신은 모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신이 일으킨 사업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해외 일정으로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로 추도사를 전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창업주께서는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조국의 부름을 받고 경제 부흥과 산업 발전에 흔쾌히 나섰다”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거목, 우리 삶이 어두웠던 시절 경제 성장의 앞날을 밝혀주었던 큰 별이었다”고 애도했다.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 롯데 임직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에게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도사 뒤에는 헌화가 이어졌다. 하츠코 여사가 먼저 영정 앞에 국화 한송이를 바쳤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뒤를 따랐다. 두 형제는 영정 앞에 나란히 서서 헌화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고개를 두 차례 숙인 후 먼저 내려왔다. 신동빈 회장은 초연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는 한참을 묵념한 후에야 내려왔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유족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님은 자신의 분신인 롯데그룹 직원과 롯데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힘써오셨다”며 “저희 가족들은 앞으로 선친의 발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도 “아버지는 따뜻한 가장이셨다”며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을 보면서 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한마디로 정말 멋진 분이셨다”며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다”고 애도했다.

영결식은 오전 7시 50분께 끝났다. 신 명예회장을 실은 운구차량은 높게 치솟은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고향인 울산 울주군으로 출발했다. 롯데월드타워는 맨손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을 일군 고인의 도전적 정신을 상징하는 장소다. “서울에 온 관광객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순 없다. 우리도 뉴욕이나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세계적 명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신 명예회장은 ‘마지막 꿈’이던 롯데월드타워를 이제 영원히 떠났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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