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깜짝 ‘인재영입’ 언제까지…정치 신인 체계적 육성할 때
뉴스종합| 2020-01-29 11:19

4·15 총선을 겨냥해 더불어민주당이 야심차게 영입한 원종건 씨가 결국 중도 하차했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곧바로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씨의 낙마가 몰고온 후폭풍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차제에 선거를 위한 단발성 영입보다는 각 정당이 청년 정치신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의 이벤트성 인재영입의 극명한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씨는 당초 민주당이 조국 사태로 현 정권에 비판적인 20대 남성(이남자)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영입했다. 그의 ‘감동적 인생 스토리’와 ‘건실한 청년’ 이미지를 한데 묶으면 청년세대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과정이 생략됐다는 게 문제다. 공들여 영입하는 인물이라 검증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원씨의 경우 민주당 측에서 구두로 확인했고, 본인도 “별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묻기도 쉽지 않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입 인사의 화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깜짝 이벤트’를 위해 보안 유지에 극도로 신경을 쓰다보니 폭넓은 검증이 어렵다는 난점도 있었다.

정치적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입 인사는 대부분 국민의 정치 혐오를 희석하려고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이 주를 이룬다. 실제 이들은 영입 인터뷰 등에서 “정치는 잘 모른다”고 털어놓곤 한다. 설령 이들이 국회에 진출한다 해도 제대로된 의정활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개원 전까지 부지런히 훈련을 하고, 보좌진의 도움을 받겠지만 일정기간 역부족인 것은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각계각층의 인재 영입에 나서는 것은 환영하고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각 정당이 신인 정치인을 자체적으로 키우고 육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선거에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정당의 정강과 철학을 이해하고 지방선거부터 출마해 정치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2030청년이 전체 유권자의 35%에 달하지만 국회의원 비율은 1%에 불과한 것은 청년들의 정치참여 길이 그만큼 좁다는 의미다.

제바스티안 구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올해 34살이다. 그는 만 31세에 총리가 됐다. 16살에 국민당에 입당해 정치 경력을 축적한 게 그 바탕이 됐다고 한다. 정치권은 이벤트성 영입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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