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제약바이오도 AI·AI…AI 신약개발은 ‘눈앞의 현실’
뉴스종합| 2020-01-29 11:34

자동차, 전자, 금융, 웹 등 전 산업에 걸쳐 인공지능(AI) 활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AI 열풍’이 불고 있다. 제약업계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AI를 활용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특히 AI를 통해 제약사의 숙원인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그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과 AI 산업 모두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신약개발에 AI 접목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 너도나도 AI 기술 도입=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AI 기술을 도입하는데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스탠다임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신약개발 초기 연구단계에서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 기반 선도 물질 최적화 플랫폼인 ‘스탠다임 베스트’ 등 자체 개발 AI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항암, 비알콜성지방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스탠다임의 플랫폼 기술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이 임상-생산-허가의 상업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AI는 신약개발 초기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혁신적인 후보물질을 도출해 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도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개발에 나선다.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A2A 파마사와 항암 신약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A2A는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신약 설계 플랫폼인 ‘SCULPT’를 활용하여 신규 화합물을 설계하고, 대웅제약은 이 구조를 기반으로 물질 합성 및 평가를 수행하여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 대웅 측은 AI 플랫폼 활용을 통한 후보물질 탐색으로 신약개발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외는 지난해 말 유럽 최대 바이오신약 클러스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밀너(MILNER) 테라퓨틱스 연구소’와 제휴를 맺었다. 이보다 앞서서는 국내 AI 기업인 신테카바이오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에는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구축하기도 했다.

SK는 지난 해 스탠다임에 약 100억원을 투자하면서 AI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한양행도 지난 해 AI 플랫폼 기반 바이오텍 기업인 사이클리카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사이클리카의 AI 플랫폼을 적용해 적합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후보물질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 역시 신테카바이오에 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콜마 CJ헬스케어, 제일약품 등도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신약이 개발돼 상업화까지 성공하는데 보통 10~15년이라는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며 “AI 기술을 잘 적용하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전체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이미 ‘선점’…한국, 정부 지원으로 장밋빛 전망=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제약사 1위인 화이자는 최근 미국 인실리코 메디슨과 연구개발 제휴를 발표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존스홉킨스대학 이머징 테크놀로지센터 산하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노바티스는 유통 및 제조 분야에 특화된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아마존웹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자료, 품질, 생산 자료를 수집한다. 또 사물인터넷(IoT), 분석정보 및 기계학습 서비스를 적용해 의약품 제조, 공급망 및 배송업무와 관련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사노피, 바이엘, GSK, 셀진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도 AI를 접목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해 ‘AI 파마 코리아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바이오기업 ‘사이클리카’의 나히드 커지 CEO “현재 150여 제약바이오 기업이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범정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이 잇따를 전망이다. 우선 정부가 신약개발에 AI 기술을 적용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국회는 2019년 예산안에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예산을 신설하고 3년간 총 580억원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복지부 예산도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제약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과기부는 올 해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 확보에 42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 해부터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가인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기존에 어떤 연구가 선행됐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 사람이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인공지능이 이런 기간을 줄여 줄 수 있고 전문가들이 분석할 때 개입될 수 있는 편향적 시각도 배제시키는 장점까지 있다”고 말했다.

김태열·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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