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금리동결이 아니라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때다
뉴스종합| 2020-02-27 11:29

금리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무섭게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금리를 전격 인하할 것이란 예상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랐다. 이번 동결로 자연스레 금리는 4월 인하설이 힘을 얻게 됐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메르스나 사스 등 과거보다 충격이 훨씬 크고 글로벌 금융위기급 불황이 올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나라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특성상 다른 나라보다 경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거리를 봐도 유동인구가 현격히 줄었고 문을 연 상가들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 사태 추이를 살펴 1분기 상황까지 지켜보려고 하는 신중론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이 이것저것 따져보고 대응할 때인가. 가용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쳐도 경기가 살아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연초 추경이 기정사실화될 정도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곧 내놓을 경제대책과 금리인하가 패키지로 엮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리동결 결정이 실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대를 고수했지만 이 또한 기대섞인 수준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주요 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낮췄고 0%대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나온 상황이다. 지금까지 시장 컨센서스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연간 1%대 성장이다. 2%대는 건너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통상적인 대응으로는 위기상황을 넘을 수 없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상시국에 비상대응이란 각오로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점은 누구보다 더 한은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양적완화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하늘에서 엄청난 달러를 뿌려된다고 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던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 전 의장은 “중앙은행은 경제위기때 시장과 더 적극적인 소통으로 위험을 넘길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상황이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넘어서는 분위기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보다 과감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제대응에 이렇게 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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