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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분노·우울 호소하는 사람들…“ 存보다 活의 자세로…자기 효능감 필요”
뉴스종합| 2020-02-28 12: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객이 줄면서 전북 전주의 한 대형 마트 옥상 주차장이 평소와 달리 텅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상윤·윤호 기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워킹맘 정모(50) 씨는 얼마 전부터 ‘삐’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로 수신되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 문자에는 대부분 ‘우리 구(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거쳐간)○○○○병원 방문객은 보건소에 연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 안내를 받아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자를 볼 때마다,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정 씨는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행여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며 “바깥 활동도 잘 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 같다. 어쩌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면 ‘혹시나 (코로나19를)옮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9일로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40일이 된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싸워 온 사람들은 지친 나머지 두려움과 분노에 마음을 다치고 있다. 실제로 정 씨처럼 불안, 불면, 공포감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각종 정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충분히 감염병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갖고 존(存)보다 활(活)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8일 의학계와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새로운 감염병이 돌 때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거나 ▷수면 장애를 겪고 ▷의심이 많아져 사람들을 경계하고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지는 등 스트레스 증상을 겪게 된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지며 외부 활동도 줄게 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장)는 “불면 등 스트레스는 매우 자연스러운 정상적인 반응이다.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면서도 “불안, 불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증상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경고 증상으로 보고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심리상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사회에 대한 본질적 믿음이 깨졌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도형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코로나19는 모르는 질병이고, 자꾸 사회 안전망을 헤치고 퍼져가고, 원인에 대한 이야기만 뉴스 등에서 나오니 공포나 트라우마가 짙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사회에 대한 본질적 믿음이 깨진 것이다. 이러면 사람들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병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으로 ‘정신적 방역’을 해야한다고 봤다. 강 원장은 “병의 원인 보다는 향후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막연한 의심과 공포보다 지금 충분히 자신을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이 필요하다”며 “그런 믿음으로 존(存)보다 활(活)의 자세로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마음의 병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가족 같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전화 등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하며 감염병이 단절시킨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한다”며 “자가 격리자나 확진자도 ‘나와 남을 위해 (병을)이겨 내야 한다’는 이타적 정신으로 감염병에서 회복됐을 때 후유증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집에서 보내는 생활을 너무 답답해지 않았으면 한다”며 “평소 못했던 것을 하고 가족들과 돈독해지는 계기로 삼으며, 명상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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