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日도 한국에 ‘빗장’, ‘방역능력없는 나라’ 조치로 볼 것인가
뉴스종합| 2020-03-06 11:22

일본마저 한국에 전격 빗장을 걸었다. 일본 정부가 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말이 강화이지, 사실상 입국 제한과 다를 바 없다. 당장 90일 무비자 입국제도가 잠정 중단되고 오는 9일부터는 한국에서 오는 입국자는 2주간 격리된다. 당분간 일본을 가려면 별도 비자를 받아 해외에서 14일 이상 체류한 뒤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일본을 찾으려는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한국인은 일본에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다. 지난해 두 나라 간 갈등이 유난히 깊어 여행객이 크게 줄었는데도 558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관광객은 감소했는지 몰라도 비즈니스와 친인척 방문, 학업 등 인적 교류는 여전히 왕성하다는 의미다. 한국 대외교역량 3위국으로 일본 출장길이 막히면 핵심 소재류나 기계류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구촌 100개 국가가 비슷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파장과 충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작 경악할 일은 우리 외교부의 외교력이다. 이런 중차대한 조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하는 말이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외신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관련 보도를 접한 뒤에야 주한 일본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하고 ‘맞불 조치’를 논의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6일에는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라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의 방역능력을 적극 알려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했어야 했다. 일본과의 교류 중단 파장을 누구보다 외교부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방역과 관련한 입국 제한 조치는 전적으로 해당국이 판단할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말처럼 “방역능력이 없는 국가의 투박한 조치”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 G7(주요 7개국)에 속하고, 공교롭게도 이날 호주도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강 장관과 외교부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한국인 입국 금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에 대한 입국 금지 가능성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백악관 테이블에는 한국인 입국 금지 방안이 이미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까지 입국 금지 카드를 내밀면 그 피해는 가늠조차 어렵다.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 미국이 빗장을 거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