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WHO ‘팬데믹 현실화’ 경고…자화자찬 늘어놓을 때인가
뉴스종합| 2020-03-10 11:24

세계보건기구(WHO)가 9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주말 동안 세계 100여 국가에서 보고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0만건을 돌파했다는 게 그 근거다.

팬데믹은 통상 국가 간 전염이 일어나고 통제를 못할 경우를 일컫는다. 그만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WHO는 “조기 대처를 잘하면 확산을 늦추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며 “통제될 수 있는 첫 팬데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불안감과 걱정을 조금은 덜어주는 말이다.

WHO의 경고처럼 지구촌 전역으로 번져나가는 코로나19의 기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이탈리아는 하루에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누적 확진자도 7375명(9일 현재)으로 중국에 이은 2위 발생국가가 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역 봉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초강력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한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인근 국가들의 확산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미국도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9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온 세계가 코로나19에 갇힌 듯한 느낌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듯해 다행이다. 나흘 연속 줄어들면서 10일에는 13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이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백병원의 방역망이 뚫리는 등 집단 감염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보험사 콜센터에서는 34명의 무더기 확진 사례가 나왔고, 세종시에서는 5차감염까지 확인됐다. 글로벌 확산에 따른 확진자 역유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고 자화자찬과 낙관론 늘어놓는 정부 여당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의 진단검사와 방역역량은 세계적 표준 사례가 될 것이라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평이 우선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심은 이르다”고 하면서도 ‘방역모범 사례’론을 펼쳤다. 우리의 방역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그걸 자랑할 때가 아니다.

평가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뒤 내려도 늦지 않다. 정세균 총리의 ‘조만간 변곡점에 이를 것’이란 막연한 낙관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럴 시간에 국민들에게 마스크 한 장이라도 더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언제 3차 대유행이 밀어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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