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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제언 ②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과 감염병] “선별진료소 종이차트 상호운용 한계, 감염병 효율관리 위해 EHR 준비를”
생생코스닥| 2020-03-11 11:15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길 기대했던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장기전 대비에 들어갔고, 우리 일상생활도 차츰 급격히 바뀌어 가고 있다. 대면접촉을 피하게 되면서 산업 전반에 비대면, 언택트(untact) 등이 키워드가 됐다. 전자상거래, 화상회의, 재택근무가 이젠 일상이다. 해외에서도 찬사를 받는 ‘드라이버스루’ 선별 진료소 역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감염 의심자가 드라이버스루 선별진료소에 가게 되면 종이로 된 문진표 등을 받고 체온을 측정받는다. 여기에 개인정보 등을 의심자가 기록하면 의료진이 이를 넘겨 받아 차창 너머로 증상, 방문지역 등을 물어본다. 기록을 한 뒤 검체 채취를 하고 진료를 마친다. 감염 의심자와 의료진을 포함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서로간 거리를 넓히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의심자와 의료진이 주고 받는 종이로 된 문진표가 문제다. 이 문진표 대신 의심자가 스스로 앱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이 정보를 의료진 태블릿PC나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평소 기록했던 의심증상, 체온, 과거 방문지 등이 함께 전달될 수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가 질본의 시스템과도 바로 연동이 된다면 보다 정밀한 범국가적 방역체계를 갖출 수 있다. 물론 어려움이 있긴 하다. 방호복을 입은 채 전자제품을 다루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이 일반환자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분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일반적인 선별진료소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시공간에서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종이차트를 이용해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 후 이를 전산시스템에 재입력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 누락되는 정보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태블릿을 활용할 수 있고, 이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연동 될 수 있으면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매번 전화로 확인하는 대신 자가격리 중 발생한 의심증상을 앱으로 관리할 수 있다. 확진자로 판정이 나오면 그 정보를 의료기관에서 연속해서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정보를 모아 감염질환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질환 퇴치를 앞당기게 된다.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빠르게 적용이 되고 있는, 이런 기술들이 의료 분야에도 정착이 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감염질환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HR·Electronic Medical Record)의 기능성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

우선, 상호운용성을 갖춰야 한다. 개인이 가진 건강관리 앱에서 의료기관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수없이 많은 건강관리 앱, 그리고 의료기관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시스템 간 데이터 교류가 가능하려면 이를 위한 표준을 개별 시스템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두번째는 멀티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 위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으로 모든 형태의 진료를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때로는 태블릿, 때로는 스마트폰으로도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진료효율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호운용성, 멀티플랫폼 지원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 EHR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축형 시스템으로 이를 충족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감염질환은 한 의료기관, 한 국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번 발생하면 전 세계로 퍼진다. 또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신종플루, 메르스 등에서 보듯 잊을 만하면 한번씩 출현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를 공격해 올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의료기관과 국가가 할 일이 있다. 상호운용성, 멀티플랫폼 지원 등이 가능한 유연한 EHR을 일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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