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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증안펀드 딜레마…은행이 대기업 주가 부양(?)
뉴스종합| 2020-04-07 11:26

코로나19로 휘청이던 주식시장을 지탱하기 위한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가 곧 운용에 들어간다. 금융권에서 모두 10조7000억원을 ‘갹출’하는데, 1차로 3조원가량이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지주가 절반 정도를, 18개 주요 보험사와 증권사가 나머지 액수를 낸다. 정부가 만들고 민간이 돈을 냈으니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특정 종목에 혜택이 쏠리지 말아야 하지만, 수익도 추구해야 한다. 주식시장 전체를 추종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비중 상위 종목 순으로 3조원을 배분해봤다.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 6332억원, SK하이닉스 1319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687억원, 네이버 619억원, 셀트리온 614억원 순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코스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278억원, 에이치엘비 95억원, 펄어비스 56억원, 씨젠 55억원, 셀트리온제약 54억원 순이다. KRX300로는 삼성전자 9072억원, SK하이닉스 1839억원, 네이버 864억원, 셀트리온 855억원, LG화학 537억원 등이다. 어떤 기준으로도 금융사들이 낸 돈은 대부분 대기업 주식을 사는 데 투입된다.

최근 채권안정펀드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채권의 매입 신청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편 괜찮은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다. 마찬가지 이유면 증안펀드 역시 대기업 주가부양에 사용되면 안 된다. 그런데 채안펀드는 매입대상을 선별할 수 있지만, 증안펀드는 그게 어렵다. 주식시장 전체를 추종해야 해서 ‘선별’이 곧 ‘차별’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 관리도 어렵다. 증안펀드 손실은 결국 돈을 낸 금융회사에 귀결된다.

금융회사들이 낸 돈인데 정작 금융업종(시총비중 12.59%)에 투입되는 자금은 코스피를 기준으로 고작 3000억원 남짓이다. 사실 주가하락 폭으로 따지면 금융주가 가장 심하다. 3월 코스피가 11.69% 하락할 때, 금융업지수는 15.56% 급락했다.

사실 코로나19 지원의 부담은 대부분 금융권 몫이다. 연체나 부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일단 기업에 돈을 빌려주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정부가 일부 이자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부실화된다면 결국 금융회사 장부상의 부담이 된다. 그래서 주가가 더 떨어졌는데, 자사주 매입도 어렵게 됐다. 심지어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자제를 권고했다. 어려운 기업과 가계에 돈을 빌려 줘야 하니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증안펀드 대표운용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맡게 됐다. 현재의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운용은 삼성그룹주 투자펀드를 가장 많이 운용한다. 증안펀드 최대 투자처가 삼성그룹주인데, 가장 이해관계가 깊은 곳이 펀드를 총괄하는 구조다. 물론 ‘차이니스 월’이 있다. 그런데 라임사태 등을 볼 때 국내 금융사의 ‘차이니스 월’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일본은 중앙은행 자금으로 시장전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증시를 부양한다. 적어도 어려운 곳에서 낸 돈으로 넉넉한 이를 돕는 부작용은 없다. 게다가 7일 코스피는 1800선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증시 하락이 본격화된 2월 말이 2000선이었으니 이제 낙폭은 10% 미만이다. ‘고작’ 10% 하락했는데 민간 회사들 팔 비틀어서 만드는 ‘증시안정’ 펀드라니 좀 멋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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