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툭하면 대항앱, 어디까지 시장에 직접 개입할 건가
뉴스종합| 2020-04-07 11:26

배달시장 점유율 1위 앱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이 과도한 인상이라는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함께 정치권에서 공공 배달앱을 만들자는 논의를 몰고왔다. 지난달 관내 전용 배달 앱 ‘배달의 명수’를 출시한 군산시는 차치하고, 서울 광진구는 음식점들이 수수료 없이 쓸 배달 앱 ‘광진나루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경기도와 경상북도 역시 공공배달앱 개발 계획을 밝혔다. 군산시는 상표를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배달앱 논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 업체의 폭리 추구를 자제시키는 정도에서 끝나야 할 일이다. 정부가 됐든 지자체가 됐든 감시를 넘어선 공공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효과도 의문시될 뿐더러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이 민간보다 시장에서 우월한 기술력과 효율을 지닌 기업체나 서비스를 만들내기 어렵다. 생존을 위한 기업활동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행위는 개발 동력부터 다르다. 그게 자본주의의 원리다. 경기도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에 운영을 맡겨 민간기업식 경쟁효율을 잃지 않게 하는 동시에 배달기사를 조직화하고 보험 등 안전망을 지원해 주문배달 영역의 공공성 취업안정성 소상공인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겠다지만 말처럼 경영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사례로는 부정적인 편이다. 불과 5년 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공공앱이 1265개에 달했지만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3분의 2도 안 된다. 서울시가 ‘승차거부 해결사’로 만든 택시 앱들은 만든 지 1~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게다가 공공의 목적이라 해도 비용이 들어간다. 만들 때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시작하면 논에 물대듯 계속 돈이 들어가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성남시의 택시 콜센터와 호출 앱도 이용실적에 비해 예산만 많이 들어가는 사례로 지적된다. 소상공인 영세사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시행됐지만 1년이 넘도록 0.01%의 점유율에 머무는 제로페이의 사례도 비슷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도 서울시는 제로폐이 홍보에 연간 100억원 가까운 돈을 쓴다.

무엇보다 필요성을 십분 인정한다 해도 소비자 불만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까지를 그 범위로 할 것인가. 소상공인만 급한 불은 아니다.

독점의 폐해를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지자체가 한풀이 식으로 대처할 일은 아니다. 공공의 시장개입은 궁극적으로 민간기업의 개발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 시장 전체의 동력을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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