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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제주소년 홍준군의 '가장 아름다운 이별', 뇌사로 7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뉴스종합| 2020-04-07 15:33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못 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던 9살 고홍준군이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져 지난 4월 6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심장, 간장,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하여 7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홍준군은 지난 1일, 저녁 식사 후 집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로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에 매달렸으나, 안타깝게도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홍준이는 2010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언제나 휘파람을 부는 것을 좋아해서,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흥이 많은 친구였다. 음악적으로도 재능이 많아 화북초등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홍준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맛있는 과자는 꼭 나눠먹고 재미난 게임기가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즐기곤 하였다. 또한 논리적인 말로 친구들을 이끌어주는 인기 있는 아이였다.

가족들은 9살의 어리고 꿈 많은 홍준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큰 고통이었지만 어디선가 홍준이의 몸이 살아 숨 쉬고, 홍준이가 살아생전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을 살리고 떠나는 길, 즉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의로운 아이였기에 홍준이도 동의했을거라 생각하며 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생전의 고홍준 군 사진

“장기기증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는데, 병원 의료진과 KODA 코디네이터가 정성으로 보살펴줘서 감동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듯 따뜻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며, 홍준이를 위해 많은 분이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라며 홍준이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준 의료진에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홍준이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9살밖에 안된 어린 홍준이가 쏘아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또한 홍준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코로나로 힘든 우리사회에 더 큰 울림과 교훈을 줄 것입니다.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9살 천사 홍준군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고홍준군의 발인은 오는 4월 8일이며, 장례는 제주 부민장례식장에서 치른 후, 양지공원에서 잠들 예정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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