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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비즈] 10년 주기 위기와 '신(新)' 뉴노멀
뉴스종합| 2020-04-09 08:25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필자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이 안된 1997년, 한보 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대기업의 연쇄 부도 사태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과 의식 구조를 송두리째 뒤 바꾼 외환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부채관리 실패로 외화 부채의 만기 상환이 어려워져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주가지수가 200대(고점대비 약 60%하락)까지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국가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가장의 눈물에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제2의 국채보상운동으로 불리운 금 모으기의 훈훈한 감동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 때였다. 2001년 8월 23일 전 국민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무역수지 흑자 달성을 통해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해 IMF 관리체계를 극복하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2008년, 또 한번의 쓰나미가 강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과 2008년 9월 15일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부실이 유럽으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실물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증폭되었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던 저축은행의 경우 147개(2000년 기준)에서 2014년 87개로 급감하였고, 주가지수도 고점대비 약 54% 정도 폭락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뉴노멀’)과 함께 온 국민의 협력과 희생을 발판으로 우리는 2009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어 WHO는 2020년 3월 12일 팬데믹 선언을 하였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21세기 들어서 여러 전염병이 유행했다. 2002년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돌았고 2009년과 2015년엔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인간을 괴롭혔다. 특히 메르스의 경우 치사율이 20~30%에 달했다. 하지만 치사율이 그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더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높은 감염률과 이로 인한 불확실성의 확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 1997년 및 2008년 위기보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민들의 자발적 협력 및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선진 시민의식이 발휘되어 우리의 위기 극복 과정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두차례의 위기 때 보여주었던 국민의 지혜와 자기 희생이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저성장, 저금리 및 저물가 현상 등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제, 실업률 상승과 소비위축 등의 현상이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우리는 뉴노멀 시대에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혁신 산업 육성 등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서구의 영향력 퇴색, 자유무역주의의 후퇴, 불평등 구조 심화 및 비대면 채널의 확대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극단적 조치들도 뉴노멀이 되는 '신' 뉴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신 뉴노멀 기조로 인해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적으로 동참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시스템이 아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신(新)’ 뉴노멀의 기준을 정립해 주기를 정치권과 정부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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