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인천공항 사전투표소, 유권자 줄 늘어서
  바닥엔 1m 간격 표시…차분함 속 대체로 긍정적
  코로나19 여파 투표율 저조 걱정…“투표 꼭해야”
  비례투표엔 분노…“묻지마 공약·정당에 화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김빛나·박재석·박지영 수습기자]“비닐장갑 끼고 하는 선거는 처음이네요.”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7시.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의 줄이 하나둘 늘어서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유권자들은 손소독과 발열체크를 마친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껴야 투표소에 입장 가능했다. 바닥에는 투표 대기를 위한 1m 간격이 표시돼 있고 저마다 투표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간격에 맞춰 차분하게 투표를 기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투표소 풍경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꼼꼼히 손소독제를 바르고 입장했으며, 고령의 유권자나 몸이 불편한 경우 선관위 관계자가 비닐장갑 착용을 도왔다. 투표소 밖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인증샷을 남기는 유권자도 있었으며, 투표 후 출구에서 버린 비닐장갑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도 바쁘게 움직였다.

출장지에서 올라오는 길에 서울역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한 익명의 직장인 (26)은 “1m씩 떨어져서 줄 서주세요, 장갑 끼세요 안내를 받으니 다시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도 서울역에서 투표했다는 김선동(74·강북구)씨 역시 “살면서 투표를 참 많이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장갑 끼고 투표한 것은 처음인데, 할 만한 것 같다”며 “진행해주시는 분들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부부가 함께 사전투표를 한 이모(76·대전)씨도 “투표 당일에는 사람이 너무 몰리는 것이 걱정되고 무서워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며 “내부에 들어가니 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어 만족스럽고 다들 고생이 많아보인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이날부터 11일까지 실시되는 사전투표는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서울역과 인천공항은 과거 하루 1만명 안팎의 사람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주요 투표소다.

백팩, 숄더백을 멘 직장인이 대다수였던 서울역과 달리, 인천공항에서는 대부분 공항 직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과거 다수의 해외여행객이 투표에 참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은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투표율 저조를 염려했다.

서울역에서 투표한 김모(61·은평구)씨는 “지난 대선과 총선 비교했을 때 오늘 너무 사람이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보통 오전 7시쯤 나오면 저기(대기인원 10명 넘게)까지 줄이 서있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인천공항 사전투표자 중 유일하게 캐리어를 가지고 있던 김모(60·구로구)씨는 “출장을 가는데 투표를 하려고 30분 일찍 공항에 왔다”며 “코로나19로 걱정스럽지만, (투표) 안 해 놓고 잘하냐 못하냐 떠드는 것보다 투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 듯 실제 사전투표율은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0.41%로 시작해 오전 9시 기준 1.51%를 기록했다. 이는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 중 동시간대 투표율 역대 최고치다.

7일 오전 7시께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위해 유권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재석 수습기자]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사전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 투표 대기줄 역시 길어졌다. 오전 9시15분 기준 인천공항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만 40여명에 달했다.

사람이 많아지자 “대기줄을 2m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홍모(56·계양구)씨는 “TV 등에서 2m 이상 떨어져 있으라고 하는데, 정부시책과 반대되는 것 아니냐”며 “대표적으로 지켜져야 할 곳이 이런 곳(사전투표소)”이라고 불만스러워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은 대다수 비례투표 용지 길이에 곤혹스러워했다. 21대 총선에서는 35개 정당이 참여, 투표용지 길이가 역대 최장인 48.1cm에 이른다.

통합당 지지자라는 한 유권자는 “비례대표 투표용지 보고 깜짝 놀랐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합당을 지지하는데 전신인 새누리당도 있어서 뭔가 싶었다”고 토로했다.

손모(46‧중구)씨 역시 “투표용지가 엄청나게 길 정도로 정당들이 많더라”며 “실질적인 공약도 안 내놓으면서 ‘나도 국회의원 해보자’ 심정인 사람들이 많아 보여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용훈(69·강동구)씨는 “비례정당이 많은 것은 선거제도가 문제라 그렇다”며 “이상한 정당이 많이 나타나고 투표용지가 길어지고 하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는데, 선거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