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업 유동성 위기가 바로 금융위기
뉴스종합| 2020-04-10 11:27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 유동성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곳곳에 그런 징후 투성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9일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에 30조4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과 4대보험 및 제세금의 납부 기한 유예를 건의키로 했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지난달 매출이 20~30% 감소했다. 이달부터는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차 산업 기반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휴업수당을 주는 사업장이 지난 8일 기준 4만5000곳이 넘는다. 그렇게 휴업수당을 받고 휴직 중인 근로자만 43만8000여명이다. 불과 한 달여 만에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업들 상당수는 정부 지원금에 더해줘야 하는 10~25%의 수당조차 버거워 한다. 유동성 위기는 눈앞에 닥쳐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앞으로의 상황은 암울하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총 55조5000억원으로 전년(111조3000억원)의 반토막이다. 상장기업 5곳 중 1곳(20.9%)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또 다른 대출로 연명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것이다. 상장사들이 이 정도니 기업공개를 엄두도 못내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어떻겠는가.

문제는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곧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금융위기는 도미노 그 자체다. 규모가 제법 큰 기업이 부도를 내면 기업여신은 꽁꽁 얼어붙는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걸 막으려면 안그럴 수도 없다. 실물 부문의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옮겨오는 게 바로 금융위기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2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달들어 은행의 여신심사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막히면 흑자 부도에 직면하는 기업도 속출하게 된다.

심지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조짐마저 없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국내 6개 대형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린 건 의미심장하다. 물론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100조원의 금융 지원, 36조원의 수출지원 등 대책도 적시에 나왔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신속하고 차질없는 실행이다.

“기업들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한 정부다. 그건 곧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방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 차별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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