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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한국 집값 상승률, OECD 국가 중 뒤에서 5번째[데이터랩]
부동산| 2020-05-23 12:01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18일 기준)까지 8주 연속 하락하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대출 및 세금 규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코로나19 사태는 끝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아파트값이 ‘L’자를 그릴 것이냐, ‘아니면 U’나 ‘V’자를 그릴 것이냐를 두고 논란도 이어진다. L자는 반등 없이 하락세가 장기화한다는 의미고, U자나 V자는 반등하되 반등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의 차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말 어떻게 될까.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86으로 전달(99.2)보다 나쁘다. 이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지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너무 많이 뛰었다고 생각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35개월 동안 평균 13.88% 올랐다. 송파구(21.96%), 강동구(18.33%), 양천구(17.46%), 강남구(17.02%) 등 인기지역은 20% 가까이 뛰었다. 개별 단지별로는 50%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해 체감 상승폭은 더 크다.

하나 짚어야 할 게 있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거의 전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인기지역, 대구, 대전 등 일부 광역시에만 해당하는 현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전국 기준으론 아파트값이 1.54% 오르는데 그쳤다.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등 8개도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평균 10.69%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의 실질집값(Real House Prices) 변동률을 조사한 자료가 최근 나왔다. 2015년을 100으로 놓고 2020년 1분기까지 변화 추이를 따진 것이다. 한국은 끝에서 5위다. 올 1분기 기준 104.1로 2015년보다 4.1포인트 올랐다. 한국보다 덜 오른 나라는 러시아(101.82), 브라질(100.26)이다. 비교시점 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이탈리아(98.68)와 사우디아라비아(84.51)도 우리나라보다 밑에 있는 국가다.

나머지는 모두 우리보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 헝가리(167.67), 아이슬랜드(151.49), 터키(147.29) 등은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다. 복지국가라고 하는 네덜란드(135.45)나 스웨덴(118.95), 노르웨이(118), 덴마크(117.21) 등도 모두 우리나라보다 집값이 많이 뛰었다. 삶의 질이 좋다는 캐나다(133.22), 독일(131.28), 영국(118.21), 프랑스(112.5)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128.48), 부동산 거품이 심하다는 이웃나라 중국(142.2)이나 일본(109.19) 등도 우리보다 상승폭이 크다.

국가 평균 집값 상승폭이 이 정도라는 건 이들 국가의 주요 도시, 인기지역 집값 오름폭은 훨씬 더 크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급등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란 의미다. 글로벌 차원에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면서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게 최근 5년간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흐름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전세는 철저히 ‘사용가치’만을 고려해 형성된 100% 실수요 시장이다.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얼마나 높은지 따지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예측할 수 있다. 집값 상승기엔 투자수요가 늘고 집값이 뛰니 전세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7%다. 2016년 4월(74.8%)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매년 떨어졌다. 앞으로 만약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전세가율은 반등하게 될 것이다. 반면 집값이 더 오른다면 전세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9년 초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38.7%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추면 아직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43.3%에 불과하다. 전국 기준(57.7%)보다 많이 낮다. 서울 시민의 56.7%는 전세나 월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 전월세 거주자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생기면 언제든 주택수요로 돌변할 수 있다. 분양시장을 보면 주택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거나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다고 판단하면 수만명씩 몰린다. 지난 20일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흑석리버파크자이’엔 326가구 모집에 3만1277명이 청약했다. 같은 날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잔여물량 무순위 청약에는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이들 청약자는 대부분 떨어질 게 뻔하다. 낙첨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주변 기존 매매시장의 주택 수요로 돌변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헤럴드경제DB]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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