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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비심리와 긴급재난지원금 그 이후
라이프| 2020-05-28 11:12

“재난지원금이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를 사는 데 쓰였고, 벼르다가 아내에게 안경을 사줬다는 보도를 보았다.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었던 국민의 마음이 와 닿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다.”(문재인 대통령, 26일 국무회의 발언)

문 대통령의 “뭉클하다”는 기사들에는 수 백개에서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세상의 생리가 그렇듯 ‘역시나’ 댓글도 내 편 네 편 먹기에 바쁘다. 재난지원금 덕분에 모처럼 지갑을 열 수 있었다는 ‘내 편’에서부터, 국민 세금으로 선심 쓰는 게 나라냐는 ‘네 편’까지….

처음부터 사공이 많았던 만큼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이 정도의 편가르기는 일단 접어두자.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재난지원금이 ‘소비진작’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느냐다.

일단 지금까지의 통계 자료만 놓고 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주 내놓는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를 보면 지난 25일 기준 소상공인 매장 매출 감소 비율은 전주보다 18.6%포인트(57.8→38.9%) 줄었고,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폭은 12.0%포인트 줄어 지난 2월 3일 조사 시행 이후 가장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5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봐도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보다 6.8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96.9)을 기점으로 석 달 연속 하락했던 CCSI의 반등은 모처럼 기분 좋은 지표다. 자영업자의 이달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전월보다 10포인트 오른 77을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 CSI가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지난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라는 통계도 있다.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그나마 시장에 돈이 돌고 있다는 얘기다.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삼겹살과 한우값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도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지금까지만 보면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이 대목에서 드는 생각 두 가지. 최근 소비심리 회복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범위 안에 들었다는 안도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하나다. 재난지원금이 본격 풀리기 이전부터 명품과 가전 등 일부 품목에서 ‘보복소비’ 행태가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는 총 14조2448억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실탄이 모두 바닥난 이후 소비심리가 계속해서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냐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한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의 말을 잠시 인용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잘못 때문에 소득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천재지변과 같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게 특징이다.”(출처 중앙일보 27일자)

맞다.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소비가 죽고, 경기가 고꾸라졌다는 얘기다. 시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닌 셈이다. 그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암흑의 경제상황에선 ‘공돈’(?) 이후 소비심리를 어떻게 되살리냐가 중요한 문제다. 계속해서 국채를 찍어내 돈을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 전시상황”(문 대통령)에선 기존 정책을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사족 하나. 경제 발상의 전환은 ‘어우름’의 미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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