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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스팟]짜파구리의 나비효과
뉴스종합| 2020-06-06 10:01
글래드호텔이 한시적으로 룸서비스 한 '부채살 얹은 짜파구리' [사진제공=글래드호텔]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 1일 전남 완도군 금일도에서 열린 올해 첫 다시마 경매 현장. 완도 당목항에서도 배로 20여분 들어가야 하는 이곳의 경매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다시마 비축 물량을 모두 소진한 농심이 경매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폭발적인 인기로 농심은 지난해 말 확보한 다시마까지 조기 소진했다. 짜파구리 덕에 완도 다시마 어민들의 주름살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레시피를 올려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 영화가 칸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등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을 휩쓸며 세계인들까지 주목한 상황. 이에 짜파구리 열품은 식품·유통업 전반에 예상치 못한 여러 영향을 미치는 등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완도산 다시마 소비 30% 증가
[사진제공=농심]

짜파구리 열풍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다시마 양식 어민들에게 함박 웃음을 안겨줬다. 짜파구리 덕에 다시마 소비가 30% 늘어난 덕이다.

짜파구리의 재료인 너구리에는 3x5.5㎝ 크기에 두께 1㎜인 검푸른 다시마가 들어있다. 농심은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매년 400t 가량 구매해 너구리 생산에 사용한다. 농심의 다시마 구매 규모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로, 금일도의 연간 건다시마 생산량의 15%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연말 긴급하게 확보했던 물량까지 모두 조기 소진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섰다. 농심은 올해 다시마 사용량이 평년보다 많은 400t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디슈머 상품의 '부활'
오뚜기가 지난 3월 내놓은 모디슈머 제품 '진진짜라' [사진제공=오뚜기]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는 짜파구리 레시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잠시 주춤했던 모디슈머(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상품이 재조명되는,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생산하는 농심은 지난 4월 아예 라면을 하나만 끓여도 되는 ‘짜파구리’ 제품을 용기면 형태로 내놨다.

앞서 3월에는 오뚜기가 짜파구리 레시피가 유행하는 점을 착안, 자사 라면인 ‘진짜장’과 ‘진짬뽕’을 결합한 ‘진진짜라’를 선보였다. 지난 3일에는 용기면까지 출시해 라인업을 강화한 상태다. 짜파구리 맛은 아니지만 편의점 GS25도 자체 상품(PB)으로 참깨라면과 누룽지를 섞은 ‘유어스 참깨누룽지탕면’을 출시, 모디슈머 상품의 인기 분위기에 편승했다.

시판 제품 안 쓰는 호텔이 라면 구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이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기념하고자 만든 '짜짜짜파구리' 패키지에 포함된 짜파구리. [사진제공=앰버서더호텔 그룹]

시판 제품을 안쓰기로 유명한 특급호텔들이 라면을 구매하게 만든 것도 짜파구리의 나비효과 중 하나다. 호텔들은 객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소스나 육수, 가니쉬 등을 모두 호텔 주방에서 만들어 음식에 적용한다. 이는 고급 식음 문화를 선도한다는 호텔 주방이 가진 일종의 자존심이다. 호텔에서 라면을 판매하긴 하지만, 시판제품이 아니라 호텔에서 육수를 내고 스프를 직접 제조한 수제 라면이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자 상황이 바뀌었다. 특급호텔들이 수상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화에서 나오는 ‘한우를 올린 짜파구리’ 메뉴를 일제히 출시하면서다. 호텔 중식 메뉴 중 짜장면(짜파게티)와 매운 우동(너구리)를 섞어서는 짜파구리 특유의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시판 라면으로 요리한 메뉴를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일부 호텔은 취사가 되는 객실과 함께 한우와 짜파게티, 너구리 등이 포함된 푸드박스를 제공하는 ‘짜파구리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carrier@heraldcorp.com

*스팟(Spot)은 흔히들 얼룩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알아채다’는 의미로 아이들의 영어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특히 ‘온더스팟(On the spot)’이라는 상용어로 쓰이면 즉시, 현장에서라는 뜻을 갖습니다. 온더스팟 코너를 통해 취재 ‘현장’에서 ‘알아챈’ 재밌는 현상들을 여러분께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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