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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문재인 정부의 집값 기우제
부동산|2020-06-22 11:26

이번에도 다급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정부는 아침에 기습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에도 수차례 방안을 내놨지만 집값은 일시적 조정에 그쳤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17일, 21번째의 대책을 꺼내 들었다. ‘규제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예외없이 붙었다. 핵심 키워드는 ‘규제지역·법인·재건축·갭투자’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됐다. 우회통로로 여겨지던 법인에 대한 과세와 재건축 규제는 더욱 세졌다. 전세 대출 규제도 3억원 초과 아파트로 강화했다.

벌써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투기꾼을 겨냥했다고 하는데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이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몰린 3040세대의 억울한 사연이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꼬여버린 정부의 정책 스텝이다. 수요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정권 끝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3년 전 강남 집값으로의 회복을 목표로 잡았다. 애석하게도 시장은 정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집값 반등 때마다 땜질식 규제로 막고 있다. 시장의 내성은 커지고, 규제 범위는 확대되면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까지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이번에만 해도 서울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수단인 재건축을 틀어막았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까지 생기면서 전세매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으려면 세입자를 쫓아내고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임대사업 등록을 권장해 임대사업자가 된 이들은 정작 2년 거주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운 모순도 발생했다.

아울러 대출규제 강화로 매매와 청약시장에서 정작 한푼이 아쉬운 실수요자가 아니라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부자들만 좋아지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보완책을 마련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초창기엔 강남집값 잡기에 있었다. ‘핀셋규제’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해머규제’로 변질됐다. 집값이 오르지도 않았거나, 얼마 전까지 미분양관리 지역이었던 곳까지 포함해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는 물론, “어차피 규제받을 바엔 서울에 집을 사자”는 빨대효과가 동시에 생길 수밖에 없다. 때마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3년이 됐다. 공과가 있겠지만 집값만 보면 낙제점을 면하긴 어렵다. 지난 3년 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랐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현 정부의 집값잡기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 뻔하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처럼, 집값이 내릴 때까지 수요억제 중심의 규제를 쏟아낼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21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단언컨대 재산권 침해, 거주이전 자유 제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반시장적 정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게다가 시중 유동자금만 1100조원이 넘는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큰 흐름도 막긴 어렵고 막아서도 안 된다. 집권 5년 동안 비도 안 오는 기우제만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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