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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원, 인터넷 카페… 난민촌 맞아?
라이프| 2020-06-26 07:56

인류학자인 오마타 나오히코 옥스퍼드대 난민연구센터 부교수는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부두부람 난민캠프에서 401일간 생활하며, 난민의 경제활동이란 논문을 써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이번엔 당시 논문에는 담아내지 못했던 얘기들을 저서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원더북스)에 풀어놨다.

부두부람 난민 캠프는 1989년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수많은 라이베리아인들이 국경을 넘어 가나로 오자 가나정부가 1990년 부유부람에 임시로 만든 난민캠프로, 20년이 흘렀다.

그에 따르면, 난민 캠프 역시 여느 동네와 다름이 없다. 난민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가 성황을 이루고 유엔난민기구에서 설립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물론, 사설학원도 있다. 잡화점, 이발소, 사진관, 치과진료소 등도 있고, 종종 술집에 모여 영국 프로축구경기를 함께 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일상도 비슷하다. 다만 이들에겐 ‘자신을 지켜 줄 국가’가 없다. 난민증으론 정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도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도 없다. 해외에서 친인척 등이 돈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이런 돈으로 창업도 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 그 결과, 난민촌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벌어진다.

난민캠프의 생활이 장기화되면 긴급한 국제원조가 끊기고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내전이 끝났다고 모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름 생계수단을 갖고 있거나 돌아간다고 해도 자신의 가족을 죽인 내전의 상대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걸 꺼린다. 더군다나 난민촌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겐 난민촌이 고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난민촌을 담아내는데, 우리의 고정관념을 깰 뿐만아니라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오마타 나오히코 지음, 이수진 옮김/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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