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인류가 만든 최고의 예술작품, 밤풍경 속으로 들어가볼까
라이프| 2020-06-30 11:10
부여 포룡정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통영밤바다 야경투어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철훈 작가]
낙동강 음악분수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수진 작가]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의 밤은 포룡정이 빛낸다. 우아하게 재잘거리는 모네의 수련들을 지나면 둥그런 연못 가운데 운치있는 정자가 조명과 함께 빛나는데, 바로 포룡정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포룡정에 앉아 연못을 구경하는 맛이 평화롭다. 연못에서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친다.

해가 저물면 포룡정의 연못은 인공의 빛과 자연의 어둠을 모두 끌어안는다. 궁남지, 포룡정 정자를 빛어낸 수려한 정원기술은 일본으로 전파됐다.

궁남지에서 걸어가면 정림사지까지는 10분 남짓 걸린다. 절터 마당 한가운데 조명을 받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이 빛을 뿜는다. 사색의 밤이 깊어지는 사이, 9m에 육박하는 석탑에 달이 걸릴때, 왕이 된 기분으로 걷던 야간여행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사극의 단골 배경지 부여=부여의 서동요테마파크는 드라마 서동요 외에도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조선 총잡이 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서동요테마파크는 덕용저수지를 끼고 있고, 수변둘레길 산책이 시원하다.

만수산이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무량사 극락전(보물 356호)과 고려 전기의 탑인 무량사 오층석탑(보물 185호)도 역사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며 밤 여행자를 감싸안는다. 극락전 위쪽에 자리한 영정각에는 이곳에서 사육신을 생각하며 말년을 보낸 생육식 김시습 초상이 걸려있다. 사랑나무로 유명한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적 4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는 여름철 피서, 거리두기, 역사기행 모두를 충족시키는 야간명소 5선을 추천했다.

▶안동 낙동강=안동 월영교는 전통미가 아름다운 야경을, 역동적인 낙동강음악분수는 현대미가 두드러진 야경을 선보인다. 길이 387m의 이 다리는 밤이면 경관 조명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주말에는 분수를 가동해 시원함을 더한다. 황포돛배나 유람선을 타는 즐거움은 덤이다.

월영교에서 낙동강음악분수까지는 차로 5분 거리다.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가 무더위를 씻는다. 월영교 인근에는 안동댐 수몰지역 고택을 옮겨 온 안동민속촌,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머물 때 종종 찾았다는 영호루,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 작가의 작품으로 다시 주목받는 신세동벽화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 송도, 초량=부산엔 야경 포인트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송도구름산책로는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상쾌함에 아찔함을 더한다. 구름산책로 위로는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는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더욱 짜릿한 시간이 된다.

부산의 대표 도보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약 2㎞에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본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에 올라가면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도시를 밝힌 야경이 근사하다. 6월 초 암남공원과 동섬을 잇는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개통했는데, 벌써 부산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윤이상, 김춘수, 박경리의 고향, 통영 밤바다=미항(美港) 통영은 야경 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다. 밤낮이 모두 아름다워, 음악가 윤이상, 미술가 전혁림, 시인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를 낳았나 보다.

멋진 보트를 타고 밤바다를 돌아보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선택이다. 통영해양스포츠센터가 있는 도남항에서 출발해 강구안과 충무교, 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50분 남짓. 입담 좋은 항해사가 들려주는 통영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상현실로 만나는 통영 VR ZONE, 천왕산 대기봉에 올라 남해의 보석 같은 섬을 조망하는 통영욕지섬모노레일은 싱싱한 신상 여행지이다.

▶강진 나이트드림=강진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기는 투어버스 ‘나이트드림’은 강진오감통에서 출발, 트레킹으로 유명한 섬 가우도를 지난다. 한 시간 걸은 뒤에는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각자 식사한다.

저녁엔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인다.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서 한여름 밤의 피크닉이 시작된다. 참가자들이 시원한 맥주에 닭강정을 맛보는 가운데, 지역 예술가들이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낮에는 다산 초당 등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 백련사, 강진만생태공원을 꼭 들러야 강진여행을 한 것이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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