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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승자의 저주’ 우려…신세계免, 인천공항 방 빼나
뉴스종합| 2020-07-01 11:40
인천공항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이 끊기면서 공항 면세점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데다 임차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사업권을 반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면세점 3개 구역(DF1·DF5·DF7)을 운영하고 있다. DF7 구역은 오는 8월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후속 사업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넘겨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임차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DF1·DF5 구역의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로 갈수록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임차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신세계면세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DF5 구역 사업권을 2018년 획득했다. 롯데면세점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서 반납한 구역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연간 임대료로 DF1 2762억원·DF5 608억원을 제시, 복수 후보로 선정된 신라면세점보다 20% 이상 높은 임대료를 써내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신세계의 시장 점유율은 기존 10%대에서 20%대로 오르며 롯데·신라와 함께 ‘면세점 빅3’에 진입하게 됐다.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는 외형 확장을 위한 결단이었다. 신세계면세점이 입찰 가격을 써낼 당시 DF1·DF5 구역의 연 매출은 9000억원에 달했다. 임차료 부담이 컸지만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가정 아래 흑자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올해 5월 기준)가 전년 대비 98% 감소한 5000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항 면세점의 매출도 95% 이상 급감했다.

한적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구역 [연합]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 납부해야 하는 연간 임대료는 4320억원이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입점 면세점들의 임차료를 50% 감면해 주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마저 오는 8월 종료된다. 계약이 만료된 DF7 구역에서 철수해도 DF1·DF5 구역의 연 임차료는 337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과거 롯데면세점처럼 인천공항 철수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분기 324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해도 산 넘어 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롯데면세점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 중도해지 조항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이 철수 의사가 있다고 해도 인천공항과의 추가 협의 없이는 계약을 중도 해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적으로 협의에 성공해도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과 맺은 계약에 따라 사업 기간(5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철수 의사를 밝히고, 마지막 사업연도 임차료의 25%인 1870억원을 위약금으로 납부했다. 신세계면세점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할 경우 물어내야 하는 위약금은 842억원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가 없으며 계약 조건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을 지속하기도, 영업을 중단하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이라며 “오는 9월부터 임대료 50%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서 신세계면세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철수를 검토할 경우 인천공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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