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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서비스디자인’에 꽂히다
뉴스종합| 2020-07-01 11:43
패밀리허브가 적용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현대차의 스마크케어 서비스. [현대차 제공]

제조업이 산업구조 자체를 재구축하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제품의 심미적인 요소로서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서비스디자인이 산업혁신을 주도하는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1일 디자인업계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디자인 시장은 2015년 2조839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20% 가량 커지고 있다. 관련 산업 인력 역시 연간 16.7%씩 증가할 정도로 활용도는 물론 규모도 느는 추세다.

지금까지 서비스디자인은 건강, 복지, 교육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적극 활용돼 왔다. 최근 들어선 의료, 관광, 출판,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적용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디자인업계에선 이같은 추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전부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비스디자인을 일찍부터 활용하기 시작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부터 복사기 등 사무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서비스디자인이 적용됐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근 출시된 냉장고에 적용된 ‘패밀리허브(Family Hub)’서비스. 국내 서비스디자인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이 기술은 2016년 출시부터 시작해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고 본연의 기능에 제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찾아내 제품에 적용시킨 게 서비스디자인의 역할이었다.

‘패밀리허브’의 경우 가정의 식생활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핵심 가치로 잡았다. 냉장고 스스로 식재료를 인식해 식단을 짜고, 가족 구성원의 건강상태를 분석해 레시피를 제공하는가 하면, 유통업체와 연계를 통해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해주는 기능도 가능해졌다.

현대차도 서비스디자인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신속하고 안전한 이동’이라는 자동차의 가치에서 차를 타는 탑승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차 안에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헬스케어는 물론 운전자의 기분, 컨디션에 따라 음악이나 내부 조명, 공기상태 등을 조절해주는 무드&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은 서비스디자인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스마트십 솔루션’을 개발한 현대중공업도 서비스디자인이 활용된 사례다. 선박을 제조해 선주에게 인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선박의 운항과 관련 모든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는 것이다. 클라우드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박의 관리, 고장, 부품교환 시기 등 선박 자체의 문제해결은 물론 풍속별 안전 운항과 같은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 역시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이뤄진 케이스다.

이같은 제조업체들의 서비스디자인 활용은 향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은 제조업 특성상 비슷한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비스디자인 전문업체인 디맨드의 김광순 대표는 “지금까지의 제조업은 고유한 제품에서 본원적인 서비스를 싸고 예쁘게 만들어 판매해 온 것”이라며 “하지만 이젠 제품의 본원적인 기능면에서 큰 차이를 내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우리 제품을 구매했을 때 새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하는데 이게 서비스디자인의 역할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상민 디자인진흥원 제조서비스 팀장은 “세계 3대 조명기기 제조사 필립스는 20년 전부터 사람에게 빛이 어떤 경험(감각, 감성, 감정, 느낌, 심리, 기억 등)을 주는가를 연구하며 다양한 환경에 최적화된 조명 제품으로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왔다”며 “국내 제조사도 더 낮은 가격과 오랜 사용시간, 다양한 기능 등 공급자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수요자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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