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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웃과 다툼으로 우리집 분란을 덮으려 하나
뉴스종합| 2020-07-02 11:23

여당과 청와대가 연일 일본 때리기에 나섰다. 사회적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논란을 일으키는 시점이다. 정치적으로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회 독식과 국회 단독 운영으로 여야가 대치 중인 때이다. 입법권력뿐 아니라 사법권력을 두고서도 신·구 집권세력이 다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갈수록 볼썽사나워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 현안 중 유독 여당과 청와대가 대일 강경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이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내부의 갈등과 분란을 봉합시키려는 저의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1년을 맞은 1일을 전후로 사나흘간 연속으로 일본을 전례 없이 강경하게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한 주요 7개국(G7) 회의의 확대와 한국의 참여를 일본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도전에 대해서도 일본이 사실상 ‘낙선 운동’으로 대응한다는 소식도 여당의 대일 비난 메시지 톤을 높였다.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일본 정부를 두고 “참으로 옹졸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우리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일본이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이 대표의 말을 받았다. 이형석 최고위원도 “아베 정부 행태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베 정부의 대한 정책을 ‘어깃장 외교’라고 했다.

전례없이 어조도 강하고 표현 수위도 높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단어를 동원했다. 이들 당 회의는 모두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는 공식회의인데 사나흘간의 내용을 보면 대일 관계를 주제로 한 내용이 가장 비중이 높다. 가장 많은 당지도부가 모두발언에서 다룬 이슈이다.

청와대도 거들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G7 확대와 한국 참여를 반대했다는 소식에 대해 청와대는 29일 고위 관계자 입을 빌어 ‘몰염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에 더 놀랄 것도 없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경제 위기에 더해 집값과 일자리 문제로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대책과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찬반을 차치하고 그 자체가 국민이 겪는 삶의 위기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입법권력과 사법권력 장악 싸움에만 골몰해 있다. 정치권의 갈등은 공동체를 위해 생산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해악적이다.

그런데 여당과 청와대는 여러 현안 중 유독 대외 문제에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보수에 안보와 반공이 그랬듯이 현 정부와 집권세력에겐 반일과 남북 문제가 다른 이슈를 삼키는 ‘먹기 좋은 떡’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조직에서나 외부의 위협이 커질수록 내부의 분란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치세력이 통치 위기 때마다 손쉽게 활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도 그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