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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송환 불허 결정 후폭풍…법조계 비판 속 “사법주권 강조” 목소리도
뉴스종합| 2020-07-08 10:17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신병을 인도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법원 결정에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이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결정에 대해 비판 여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범죄자라 하더라도 자국민 보호가 원칙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에는 8일 오전 10시 현재 4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일반인 법 감정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서 터무니없는 판결을 받은 자를 미국으로 보내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해달라고 국민이 그토록 염원하는 것에, 최소한 부끄러움이라도 느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범죄 전문가인 이은의 변호사도 “범죄인도조약을 체결한 정의구현의 취지가 있질않나. 사법주권은 범죄자가 자국민이니 안 보내는 걸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라며 “외국에 보내 엄벌에 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부류의 범죄를 저지르면 어딘가에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사적인 의미와 범죄 예방에도 효과 측면에서도 보내는 것이 맞았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이용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는 요즘 외국 범죄인에 의해 국내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결정 때문에 외국 범죄인의 국내 송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가가 자국민 보호 의무를 지는 이상, 범죄자가 국내에서 낮은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외국에 보내 높은 형에 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서지현 검사 게시물을 거론하며 “처벌을 제대로 못했다고 자국민을 외국 법정에 세우자는 사람이 법무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세금을 내는 건 대한민국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고 대체로 많은 국민이 그럴 것”이라며 “양형은 상대적이다. 중국에서 마약사범 중 사형까지 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국제마약사건이 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볍게 처벌했으니 중국으로 우리 국민을 보내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반문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도 “전 세계적으로 자국민을 외국으로 보내 엄벌에 처하자는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성범죄 법정 형량을 높이는 등 정책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사법부만 비난해서는 답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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