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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산으로 가는 부동산 정책…더 확고해지는 부동산 정치
부동산| 2020-07-08 11:23

이럴 줄 알았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산으로 가게 생겼다. 한 마디로 부동산 정치로 완전히 변질할 조짐이다. 대통령 하명에 거대 여당이 총대를 멨다. 지난 2일이 결정적 기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급하게 청와대로 불렀다.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 반발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12·16, 올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졌다. 그러자 다급해졌다. 하지만 정답(서울 공급)은 애써 피하고 오답(규제)만 또 만지작 거리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가 배제된 해법이다. 서울 도심 공급의 필요성을 말하는 입장에서는 입이 아플 정도다. 서울엔 좋은 학교와 직장, 각종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5, 6년 뒤 공급을 좌우할 서울지역 인허가 실적(2015년 10만호→2019년 6만호)은 갈수록 줄고 있다. 부동산은 특성상 오늘 수요가 있다고 해서 내일 바로 공급하기 어렵다. 집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지역 수요에 맞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수년 뒤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지고, 집값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에 집을 사는 이른바 ‘패닉바잉(Panic-Buying)’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의 주요 공급방법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더 옥죄기만 한다. 대신 규제지역 확대, 세금부담 강화, 대출 조이기 등 수요 억제책만 내놓고 있다.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버렸다고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에, 약발없는 대책은 딜레마에 빠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이번엔 아예 국회가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정책을 만드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영 미덥지 못한 모양이다. 지지층이 좋아할 만한 화끈한(?) 한방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여당의원들은 경쟁하듯 규제수위를 높인 법안을 내놓고 있다. 속도는 높이고 강도는 더했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논의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종합적 연구내용을 담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료들이 국회로 보내져도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잉입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종부세·양도세·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법 강화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만든 12·16 대책보다 더 강화했다. 총선 때 표심을 얻기 위해 여당의원들이 강조했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완화’는 온데간데 없다. ‘임대차보호 3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아예 세입자가 원하면 무제한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법안(박주민 의원)까지 나왔다. 심지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다. 위의 사례들만 봐도 부동산 정치가 더 확고해졌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작 집을 팔라고 강조했던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요 여당의원들의 다주택이 문제가 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져 버렸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와 흡사하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노 대통령은 실용적인 면모가 있었다. 지지층의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이라크 파병 문제를 설득해 풀어나갔다.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됐다.

실패한 정책은 빨리 선회해야 한다. 서울 재건축 규제를 과감히 풀고, 도심 고밀도 개발을 위한 용적률 상향 등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 어차피 땅은 한정된 만큼,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여주는 대신 젊은 1, 2인 가구가 원하는 주택들을 더 많이 짓도록 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도 활용 가능하다. 공급도 늘리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직장 근처인 서울에서 살고 싶은데, 매일 몇 시간씩 출퇴근길에 시간을 낭비하며 수도권 신도시에만 살라고 할 수는 없다.

현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지지층의 반대가 있어도 국가경제에 이익이라면 설득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징벌적 과세와 수요억제책이 지지층의 입맛에는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책 실패로 계속 집값만 오르면 역설적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멀어져 갈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21번의 실패면 검증시간으로 충분하다. 강남 집값이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규제책을 내놓겠다는 비 현실적 목표와 ‘끝까지 간다’는 오기가 빚어낸 이 불행한 상황을 남은 임기 2년 동안 더 지켜볼 수는 없다. 대혼란을 잠재울 부동산 정책의 전면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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