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현실이 된 미중 홍콩갈등, 우리 대응도 실행모드로 가야
뉴스종합| 2020-07-16 11: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행정명령과 중국 제재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의 박탈은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29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응한 조치로 발표된 지 46일 만에 엄포가 실력행사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 대한 수출규제·자산동결·은행 제재 등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된다.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특별 대우는 사라지고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거래하는 은행도 제재를 받는다. 회계협정도 곧 파기돼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길이 막힌다. 이미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 경제·외교 분야뿐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완전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베트남의 편에 섰다.

중국도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안 그래도 강경대응을 천명해온 중국 정부다. 홍콩 내정에 간섭한 미국 측 인사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 이후 중국 주재 미 언론사 제재,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 문제와 관련한 미 인사들에 대한 제재 등의 조치를 추가했고 향후 또 다른 보복책이 발표될 전망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분수령을 맞았지만 미중 간 홍콩 갈등에서 비롯된 국제 무역전쟁은 이미 진행형이다. 전면전이 선언됐을 뿐 국지전은 벌써 한창이란 얘기다.

미국과 한 배를 탄 영국은 내년부터 화웨이 5G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이미 구축된 화웨이 장비도 2027년까지 전면 걷어낸다고 15일 발표했다. 이제 1700여개에 달하는 홍콩 내 미국 기업을 비롯한 홍콩 엑소더스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기업과 정부의 순발력 있는 대응이다. 예측 못한 것도 아니니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 미중 양국의 진영 줄세우기 위협을 피해가며 실리를 찾아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호재도 생겼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홍콩 주재 인력의 3분 1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한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초엔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거점으로 싱가포르 도쿄 방콕이 유력했다. 고려대상에도 없던 서울이다.

NYT는 “외국 기업과 언론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그리고 아시아 주요 뉴스에서의 중심적인 역할 등에서 매력적”이라고 서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한다. 아마도 코로나19에서 보여준 한국의 대응과 통제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다른 모든 국제적인 언론사는 물론 기업들에도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떠벌리지 않는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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