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 총수를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뉴스종합| 2020-07-16 11:29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도 이뤄내지 못한 기적적인 압축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 후유증도 적잖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당사자들의 은퇴가 한창인 오늘까지도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 전쟁 영웅과 시민 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죽음 앞에서도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어 있다.

이는 대기업, 또는 재벌그룹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재벌 총수 혹은 대기업 오너다. 이들에겐 정부의 음성적인 지원과 불법적 로비, 노동자 착취 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편에선 척박한 후진국을 국민소득 3만달러로 올려놓은 경제발전의 역군으로 평가한다.

이는 시간이 흘러 최근엔 승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덩치는 공룡처럼 커졌지만, 아직 우리 사회엔 기업의 승계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무하다. 일감몰아주기 등을 활용한 편법승계는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불러온 풍선효과였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를 사회 전면으로 공론화시키기를 주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 세제 시스템의 개선은 애써 외면한 채, 승계를 옳고 그름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만이 팽배하다. 아쉬운 건 엇갈리는 두 시선 사이에 화해가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당한 상속세를 내고 그룹을 물려받은 총수에 대해서도 기저에는 부정적 평가가 숨겨져 있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 모두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제언해 본다.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에서 리더의 존재가 남다른 걸 우리는 부인하지 못한다. 일상적인 경영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역량에 좌우되지만,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선 온전히 총수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그룹을 이끌 선장, 리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선장을 임명하는 시점에선 거부감을 표하는 이중성이 우리 모두에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닐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기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사건은 아마 이런 이중성의 해소를 위한 첫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측해 본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과거 권고를 모두 받아들인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에선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돈과 권력이 있는 이 부회장 관련 사건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내놓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 헌법의 기본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3세, 4세 시대를 맞으며 그룹 총수들도 부단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권(金權)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던 권위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활발한 소통과 실용을 중시하는 이들로 거듭나고 있다. 이 또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도 있지만, 총수들의 변화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에 분명하다.

이 견해에 대해 또다시 재벌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총수들의 공과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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