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박원순 시장 운동 뒤 샤워할 때 속옷 챙김도 女비서 몫”
뉴스종합| 2020-07-16 18:07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왼쪽 세 번째)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고(故)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시장의 ‘기분’에 업무의 초점을 맞춘 비서실 사람들에게 의해 강요된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가 16일 주장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이 날 공개한 피해자 상담에 바탕한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 내용을 보면, 박 시장이 아니고도 비서실 내부 여성 비서들을 향한 성희롱, 성차별이 만연돼 있음이 확인된다.

가령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 데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여성 비서를 나오도록 요구했다. 결재 받을 때에는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 하게...”라며 심기를 살피도록 사전에 요구받았으며, 결재를 받은 뒤에는 “기분 좋게 결재 받았다”고 인사했다.

왜곡된 성역할도 요구됐다.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뒤 집무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샤워를 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챙겨주는 일을 여성 비서가 수행했다. 샤워실 근처에 새로운 속옷을 두고, 시장이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은 집어서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내는 등 사실상 ‘메이드’ 역할이다.

또한 시장이 집무실 뒷편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자는 경우 낮잠을 깨우는 것도 여성 비서가 할 일이었다.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 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해당 업무가 여성 비서에게 주어졌다.

시장실을 찾는 내외빈도 성희롱을 서슴치 않았다.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은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 등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재는데, 박 전 시장은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A씨는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박 전 시장은 승진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천명했음에도 불구, 피해자가 원칙에 따라 전보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을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로,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며 “서울시 정규직 직원은 앞으로 공무원 생활에서의 유·무형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비정규직 직원은 재계약, 재고용 등 일신상의 신분 유지 불안을 이유로 신고하기 어렵다.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며 A씨가 서울시 인권담당관실, 감사과 등 ‘공식창구’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서울시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는 계획에 대해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에 시행된 좋은 정책과 제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측면으로 존재했던 성차별과 성폭력을 책임 있게 조사, 예방하려면 사임하거나 면직된 전 별정직, 임기제 역시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며 “정치적 진영론이나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위로하면서도 기자회견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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