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확산일로 수돗물 유충 사태, 지자체에만 맡길 일인가
뉴스종합| 2020-07-20 11:40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일파만파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의 수돗물에서 발견된 정체 모를 유충은 경기도 시흥시와 화성시에 이어 급기야 19일엔 서울 중구에서도 발견신고가 접수됐다.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물론 정체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과 열흘 만에 서울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 맘카페에는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이 작은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는 등 피해 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불안감에 떠는 부모들이 생수로 영유아 목욕을 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따지고 보면 이번 유충 사태로 시민들이 보이는 불안감은 당연한 일이다. 더러운 물에서나 서식하는 유충이 수돗물에서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시민의 건강이 위협하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원인으로 추정됐던 내용들이 모두 부정되고 있다.

당초 첫 유충 발생장소로 지목된 곳은 지난해 오존 처리 시설을 교체한 인천 공촌정수장이다. 지난해 9월 완전한 밀폐 없이 조기 가동하는 바람에 날벌레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당시만 해도 140건이 넘는 유충관련 민원신고는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하는 서구·강화군·영종도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유충신고가 접수된 부평구와 계양구 등은 폐쇄형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부평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받는 지역이다. 화성과 서울도 마찬가지다. 결국 유충 발생의 원인은 오리무중이 된 셈이다.

안 그래도 이번 유충사태 역시 늑장 대응으로 이미 불만의 소리가 높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1년도 안돼 유충 사태의 출발점이 됐는데도 9일 민원접수 이후 계속 쉬쉬하다 14일에야 대책회의를 열고 서구 5개동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급식을 중단하며 주민들에게도 수돗물 마시기 자제를 당부한 게 인천시다. “깔따구류가 유해하다고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시민의 화를 더 키우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맞은 한여름이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마시는데 뿐 아니라 씻는 데도 깨끗한 물의 수요는 더 많아진다. 이제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말은 의미없다. 국민에겐 안심하고 쓸 물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지자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빨리 정밀한 원인 조사로 오염원을 파악하고 사태 확산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복되는 수돗물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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