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 코로나 이후 귀농 흐름은
뉴스종합| 2020-07-21 11:23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9년 귀농·귀촌 통계’를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향후 귀농·귀촌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시민들의 저밀도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 고조,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은퇴 연령층 증가 등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비해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과 2009년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은 농식품부의 전망과는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뒤이어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지역 고용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올 3~4월 수도권 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동기(1만2800명)의 배 이상이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전체의 75.5%를 차지했다. 올 5월 기준으로 소멸 위험지역은 105곳으로, 지난해 동기(93곳)보다 12곳 늘었다.

최근 수년간의 귀농·귀촌 흐름 또한 부정적이다. 2019년 귀농·귀촌 인구수는 46만645명으로, 전년보다 2만9685명(6.1%) 감소했다. ‘귀농·귀촌 50만 시대’를 열었던 2017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는 귀농 인구는 2016년 2만55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엔 1만6181명에 그치는 등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귀농 가구는 두 자릿수나 격감했다. 귀농의 양뿐 아니라 질도 크게 나빠진 것이다.

귀농·귀촌 흐름의 하락세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전보다 신중해졌다’ ‘준비 기간이 길어졌다’는 상투적인 설명만 하고 있다. 또 추세적인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앞으로 정책적으로 잘 대응한다면 연착륙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수많은 도시민이 실제 귀농·귀촌한 결과,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이 새로운 블루오션도, 여유와 느림의 공간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2009년 시작된 ‘귀농·귀촌 붐’ 이후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에서 이는 서서히 확인됐다. 그래서 귀농·귀촌 결행을 망설이고 주저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귀농·귀촌인 상당수는 자연 속에서 ‘저녁이 있는 삶, 마당이 있는 삶, 힐링하는 삶’을 위해 농촌을 찾는다. 물론 일부는 억대 부농 등 성공을 좇아 내려온다. 그러나 막상 농촌에서 살아보니 도시보다 더 바쁘고 힘겹다. 농림어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막상 구하려고 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억대 부농은 매출 기준으로도 고작 몇 퍼센트(%)에 그칠 뿐이고, 내가 그 주인공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 10여년간 직접 겪어본 농업·농촌에 대한 냉엄한 현실 인식이 신규 유입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귀농·귀촌 정책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할 때다. 농촌 없는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먼저 농촌을 살리기 위한 국가정책 마련 및 시행이 급선무다. 이는 농식품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관련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정책으로 격상시켜 풀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농업·농촌 회생의 핵심 대안인 귀농·귀촌은 그 동력을 빠르게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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