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결국 관리부실로 드러난 수돗물 유충 사태, 또 인재였다
뉴스종합| 2020-07-22 11:41

결국 수돗물 유충 사태는 허술한 관리로 인한 문제였음이 드러났다. 또 그 지긋지긋한 인재인 셈이다.

환경부가 깔따구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인천 공촌정수장과 비슷한 ‘활성탄 필터’ 정수 과정을 거치는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7곳의 활성탄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그나마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인천 공촌정수장을 제외하곤 정수장 이후 단계 수돗물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원인도 거의 밝혀졌다. 활성탄 필터는 길게는 30일, 짧게는 10일 과정으로 세척을 한다. 더 자주 하면 여과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척 주기를 줄이기도 어렵다. 하루 내지 이틀에 한 번씩 세척하는 모래여과지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긴 주기여서 원천적으로 유충의 부화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활성탄 필터는 세척 주기도 길고,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완벽한 방충 시설이 전제돼야 한다. 상수도 설계기준에 ‘환기나 출입 설계를 할 때 외부로부터 빗물, 먼지 및 작은 동물 등이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로 해야 한다’고 명시된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환경부 점검 결과, 12개 정수장에는 방충망이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바닥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외부 오염 요인이 제거되지 않은 곳도 많다.

사태의 원인이 정수 시설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게 다행이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사고는 언제나 잊힐만하면 재발되고 결국은 안전이든 관리든 각종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인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례는 수도 없다.

이천 물류센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38명이 숨진 게 지난 4월이다.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사고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공사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위험작업 관리·감독을 촘촘히 하는 내용의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불과 3개월인 21일 또다시 용인시 양지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 2017년 10월에도 흙막이가 무너져 10명의 사상자를 낸 바로 그곳이다. 인재에 인재가 겹친 셈이다.

공사 및 작업 현장의 사고는 대부분 안전수칙을 어긴 대표적인 인재다. 방역수칙을 어긴 코로나19 집단감염도 마찬가지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원인이 드러난 만큼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다. 환경부는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의 활성탄은 즉시 교체 혹은 세척하고 오존 주입을 더 늘리는 등의 조치를 해 대응키로 했다. 하지만 원인 파악과 조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재발을 막을 대책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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